"에너지 생산도 어렵다" 유럽·미국·중국 동시다발 가뭄 악화일로

2022-08-22 16:16
전쟁·인플레이션 이어 또 다른 악재

 

프랑스 서부 루아로상스 인근을 흐르는 루아르강의 지류가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반구 곳곳에 닥친 가뭄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급격한 물가 상승에 이어 세계 경기를 위축시키는 또 다른 악재로 거론된다. 가뭄의 충격은 농작물 생산 감소에서 그치지 않고 에너지 공급 둔화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부터 유럽, 중국에 찾아온 가뭄이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더욱 위축시킨다고 전했다. 

올여름 유럽, 미국, 중국 등지에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온 가뭄은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의 기후과학자인 안드레아 토레티는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에 나타난 가뭄이 500년 만에 최악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도 미국 서부에 20년 가까이 이어진 가뭄은 거의 1200년 만에 최악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국가기후센터도 양쯔강 유역은 61년 만의 가장 긴 폭염이라고 밝혔다. 

가뭄이 찾아오자 농업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스페인 올리브유 가격은 약 7% 상승했다. 덮고 건조한 날씨 탓에 올리브 수확량이 급락했다. 평년 대비 3분의1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도 쓰촨·충칭·후베이 등에 215만 헥타르의 농작물이 가뭄으로 피해를 봤다. 양쯔강의 일부 유역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낙농업과 축산업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가뭄으로 목초지가 마르면서 가축의 수가 급락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EU의 육류 가격은 지난해 대비 약 12%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대 폭 상승이다. 그 밖에 우유, 버터, 크림 등 낙농업 상품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에너지 산업의 경기도 좋지 않다. 전력을 생산할 때 필요한 물이 가뭄과 폭염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가뭄과 폭염으로 원자로 냉각에 사용하는 강물의 수온이 오르면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축소했다.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원자력 생산으로 공급하지만 현재는 46.4%까지 떨어졌다. 독일도 에너지원 중 하나인 석탄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독일은 석탄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하지만 라인강의 유역이 낮아지면서 화물선의 적재량이 3분의1로 줄었다. 중국 쓰촨성의 세계 최대 규모 싼샤댐도 수위 감소로 생산 전력이 지난해 대비 40%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가뭄과 폭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가뭄은 라니냐 현상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라니냐는 서태평양이 동태평양보다 따듯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는 대기상에 제트기류를 북쪽으로 보내 유럽, 미국 및 아시아 일부 지역에 강우량을 감소시킨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라니냐의 강도를 키웠다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기후과학자인 이슬라 심슨은 따듯해진 대기가 육지에서 더 많은 습기를 빨아들여 가뭄을 극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의 원인을 연구하는 기후과학자 컨소시엄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이번 영국 등 유럽의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을 보며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 없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WWA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기온 상승으로 기온 상승 이전보다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나사의 기후과학자인 케이트 마블은 유럽의 폭염과 가뭄에 대해 "기후 모델이 예상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온난화가 1.2도에서 멈추는 시나리오는 없으므로 이상기후가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