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정치클릭] 한·중외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

2022-08-20 10:00
尹, 광해군의 중립외교 배워야

[사진=정연우 기자 ynu@]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빠른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양국은 지난 1992년 8월 24일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국 북방정책의 훈풍을 타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수교 30년 만에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질서의 대격변 속에서 두 나라의 관계는 분기점에 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만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중국 측은 다음날인 10일 이른바 '사드 3불'(不)(사드 추가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내세우면서 1한(限·기존 사드 운용 제한)까지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를 이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도 그런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했더라면 3불 문제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할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모호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만 강조했을 뿐 중국과의 외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보면 조선 16대 임금 인조가 떠오른다. 그는 신흥 강국인 청나라를 무사한 채 친명외교를 고수하다가 결국 병자호란을 야기했다. 국제적인 실리 관계를 따지지 못하고 대의명분을 우선시한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희생된 것은 민초들이었다. 
 
인조 이전의 광해군은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치면서 나라의 명맥을 유지했다. 중립외교는 가만히 앉아 눈치만 살피는 게 아니다. 그는 명나라가 후금과의 전쟁에 필요한 지원병을 요청하자 도원수 강홍립을 내세워 군대를 파견해 전세를 살폈다. 두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관망한 게 아니라 결단과 실행을 통해 전략적 균형을 맞춘 것이다. 적극적으로 국제질서를 분석하고 실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윤석열 정부는 광해군의 외교감각을 배워야 한다. 결정이 빨라야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광해군의 뒤를 이은 인조가 명분만을 중시하다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를 통해 배우자. 강대국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부끄러운 과거는 이제 청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