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몸 낮추며 국민 '20번' 외친 尹···이준석·지지율 질문엔 답 피했다

2022-08-17 16:39
A4지 11쪽 분량의 원고 직접 작성…프롬프터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취재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분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34분간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짙은 회색 정장과 붉은빛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으로 뵙다가 이렇게 마주 앉게 됐다. 기자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취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넸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 키워드를 20번, '경제'는 18번 말했다. '민생'과 '시장'은 5번씩 언급됐다. 국정 운영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국민'과 '경제'를 강조하며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원고를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A4지 11쪽 분량의 모두발언 원고는 기자회견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수정을 거쳐 발표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프롬프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프롬프터는 무대에 오른 진행자가 시선의 어색함 등을 없애기 위해 카메라를 보면서 원고 내용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내내 준비된 원고와 취재진을 번갈아 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질문도 미리 조율하지 않는 타운홀 미팅(자유토론) 방식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은 낮은 지지율 관련이었다. 취재진은 "지지율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들이 석 달 만에 떠나간 원인을 세 가지만 꼽아달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게 중요하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 '인사 문제'에 대해선 "지금부터 다시 되돌아보고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며 "인사 쇄신이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하는 것이지 국면 전환이라든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