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사정 헤아려달라" 건의 빗발… 한 총리 "규제 개혁하겠다"

2022-08-17 15:24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 개최
한 총리 및 규제관련 장·차관, 중기인 130여명과 토론
현장 건의 229건 담긴 '中企 규제개혁 과제집' 전달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에서 열번째)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중소기업 단체장 및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중소기업의 사정을 헤아려주십시오” 

중소기업계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규제로 인한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정부의 규제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각 부처에서는 분야별 규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정부에서는 한 총리를 비롯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유제철 환경부 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차관 △권오상 식약처 차장과 농림부·고용부·국세청 등 규제 관련 부처 실‧국장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권혁홍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 등 총 130여 명이 참석했다.
 
“개선 시급”… 중소기업계, 분야별 현장 규제 건의 및 전달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99건의 중소기업 건의가 담긴 '중소기업 규제개혁 과제집'을 정부에 전달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영 중기부 장관 [사진=중기중앙회]


중기중앙회는 이 자리에서 지난 2개월간 전국 중소기업 현장을 돌며 찾은 규제 299건이 담긴 ‘중소기업 규제개혁 과제집’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중 △환경규제 △입지규제 △인증규제 △신고표시규제 등 8개 분야 12건의 규제에 대해서는 현장 건의가 이뤄졌다.
 
먼저 김기문 회장은 산업단지 입주 문제, 외국인력 쿼터문제 등 대표적인 중소기업 규제를 정부에 직접 건의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야말로 규제 문제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부와도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복덕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부를 향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EPR제도는 제조한 제품과 포장재에 대한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평판형 LED조명을 EPR 대상에 포함시켜 재활용 의무율을 15.7%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평판형 LED조명의 회수율은 2.5%다. LED조명에 붙어있는 고철을 고물상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회수율 목표치인 15.7%에 도달하려면 업계 부담 금액이 2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조명업계 전체 1년 영업이익 보다 큰 금액으로, 사실상 정부가 조명 생태계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꼭지‧샤워기 제조업체인 대정워터스의 김명희 대표는 각종 인증 검사로 인한 부담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KC·KS·환경표지인증 등으로 매년 2500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중복되는 인증제도를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인증 유효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상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잦은 정기검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이사장은 “타워크레인은 이동·설치 시 혹은 6개월 경과 시 정기검사를 받는데, 과거 15일 걸리던 검사가 현재는 2개월씩 소요된다”며 “검사 일정에 공정을 맞추려다 보니 현장이 위험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동진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장은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대상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의료기기 판매 시에는 어느 병원에 몇 개를 납품했는지를 식품의약품전처에 적어 제출해야 하는데, 같은 품목이라도 코드 번호가 다 달라 모든 제품의 공급정보를 입력하는 일이 인력적으로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신 회장은 “처음에는 위험성이 높은 인공각막 등 4등급 의료기기만 보고했으나 올해부터는 체온계, 혈압계 등 2등급까지 적용됐고 내년에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안경, 붕대 등도 보고해야 한다”며 “1~2등급 제품은 상대적으로 위해성이 낮지만, 납품수량과 거래처가 다른 등급에 비해 많아 보고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 영세 중소기업이 감당하긴 어렵다”고 호소했다.
 
박재성 성해산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작업중지 명령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소에서는 보통 배 3~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데 한 도크에서 사고가 나면 전체 작업을 중지시켜 나머지 배들도 건조를 못하게 된다”며 “실제 한 도크에서 사고가 나자 정부가 7개 도크 작업을 중지시켜 15일간 2500여명의 근로자가 생계를 위협받고 2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다. 정지 구역을 최소화하고 정지 기간을 줄였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각 부처별 해결책 모색하겠다”··· 중기부, 규제 개선안 발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각 정부 부처에서는 기업들의 애로를 듣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업계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일부 부처의 대응 방안에 대해 “관련 법령 도입 시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올해 안에 살펴보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중기부에서는 규제혁신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는 지난 100일간 범부처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하며 총 1004개의 규제를 발굴했다”며 “이중 140개는 개선을 완료했고 703건은 개선을 이행 중이다. 관할 부처에서 불수용 결과를 내놓은 161건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부에서도 자체적으로 TF를 가동하면서 100개 정도의 과제를 발굴했다”며 “이중 신사업 진출 허들 관련 규제에 대한 개선 계획을 다음 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연말에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규제로 인해 가장 괴로운 것은 중소기업”이라면서 “앞으로도 정부에 규제 관련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달라. 정부가 더욱 반성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소기업이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민관이 함께 규제 개혁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