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인플레 감축법' 효과 미미할 것"…외신ㆍ경제학자 연달아 우려

2022-08-12 19:05
역효과 우려하는 분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어도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달아 나왔다. 법의 이름만 인플레이션 감축으로 포장했을 뿐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문제점을 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물가 폭등으로 생긴 시민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법인세 증가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 노력은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목적 중 하나는 10년에 걸쳐 3000억 달러의 예산 적자를 줄여 재정 압박을 줄이는 것이다. 앞서 의회예산국(CBO)은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정부의 적자 900억 달러를 줄일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은 나아가 법안과 함께 징세를 강화하면 세수를 통해 3000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증세로 에너지 등 가계의 비용 부담과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WSJ는 이런 노력이 가져올 결과에 의구심을 품었다. CBO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기반시설법과 지난 9일 서명한 반도체 제조 및 과학 연구 촉진법에 각각 2570억 달러와 790억 달러가 사용된다. 여기에 지난 10일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법'(PACT)에도 대규모 재원이 들어간다. PACT 법안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복무하면서 독성물질에 노출된 참전용사와 그 가족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PACT 법안은 향후 10년 동안 2780억 달러가 들어갈 전망이다. WSJ는 "IRA 법안을 통한 증세를 해도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 노력은 '뒷북' 행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 적자 완화를 위한 결과가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연구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증세 효과를 발휘할 시기는 2027년부터다. 심지어 2030년 전까지는 인프라 예산안, PACT법 때문에 재정은 사실상 적자일 수 있다. 또 2030년이면 이미 지금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마주한 8%가 넘는 고물가 문제가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정부 계산에 비해서 승수 효과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와튼스쿨 연구진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다고 본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10년 후에나 인플레이션 하향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며 "그전까지 해당 법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4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 230명은 인플레 감축법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상하원 지도부에 보냈다. 이들 중에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와 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케빈 해싯도 있다. 

이들은 “정부 지출은 수요를 진작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수 있고,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법안의 명칭과 달리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 감축법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