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배달로봇 시장...배달앱 실적부진 돌파구 될까

2022-08-03 19:30
배달로봇 규제 완화...159조 시장 열렸다
배민 선두로 생각대로·바로고 등 대거 진출

실내 배달로봇 딜리에어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최근 정부가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횡단 보도 통행을 허용하며 배달로봇 서비스를 준비해온 배달플랫폼업계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그간 부진했던 배달주행 로봇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유예·면제) 실증 특례 중인 실외 자율주행로봇에 대해 현장 요원 없이도 원격관제로 실증할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 경찰청과 협의했다.

기존에는 로봇업체가 자율주행로봇 실증 특례를 받아도 로봇 1대당 현장요원 1명이 동행해야 해 다수로봇 실증 및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과제를 통해 원격 로봇 관리를 통한 실제 운영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배달업계다. 과거 로봇사업은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외식 서비스 업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특히 배달업계에선 라이더 부족 및 단거리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서빙과 배달 서비스 등에 로봇을 빠르게 도입해왔다.

그 결과 초기만 해도 제한된 공간에서만 활용 가능한 서빙 로봇 서비스에 머물렀던 업계 기술력은 이제 실외 공간에서도 배달이 가능한 배달 로봇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배달로봇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배달의민족이다. 2017년부터 배달로봇 실증사업에 돌입해온 배민은 현재 △서빙 로봇 △층간 이동 로봇 △실외 이동 로봇을 넘어 실내외 이동 로봇까지 개발해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실내 배달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공항 이용객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각 게이트에서 빵이나 음료를 주문하면 앉은 자리까지 배달해준다. 매장에서 가장 먼 250m가량 떨어진 게이트에서도 로봇 배달을 이용할 수 있어 이용객 편의가 대폭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달 로봇 브랜드 ‘딜리타워’와 ‘딜리드라이브’를 통한 실내외 배달 로봇 상용화에도 적극적이다. 딜리타워는 자동문이나 엘리베이터와의 연동을 통해 건물 내에서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할 수 있고 딜리드라이브는 실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딜리드라이브의 경우 현재 경기도 수원 광교 아이파크에서 실내외 배달로봇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배민 측은 가까운 시일 내로 인근에 있는 광교호수공원까지 배달 서비스를 확장할 방침이다. 

배민 관계자는 “이달부터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 실증을 위해 코엑스몰 식음료 매장 음식을 위주로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10월 중에는 실내 배달로봇 서비스를 차례로 론칭할 계획”이라며 “실외 배달 로봇은 준비과정이 쉽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할 순 없지만 내년까지는 실내외 배달로봇 서비스까지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티지의 자율주행 서빙로봇 '서비'가 음료 서빙을 위해 주행하는 모습 [사진=로지올]

배달대행플랫폼인 생각대로도 자율주행 서빙로봇 회사 베어로보틱스와 손 잡고 실내 자율주행 배송 로봇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생각대로 운영사인 로지올과 베어로보틱스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로지올 사옥 1층 카페 아비뉴376에서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서비’를 활용한 서빙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생각대로 관계자는 “본사에서 6~7개월 서빙 테스트를 해본 결과 ‘서비’는 기술 면에서는 상용화가 가능한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현재 코로나 이후 배달 시장의 흐름과 사업성, 규제 완화 등의 요소를 고려해 당장 투입보단 추후 상황을 보고 현장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플랫폼 바로고 역시 지난 4월 서빙로봇 전문 개발 스타트업 알지티와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바로고는 자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음식점에 알티지 서빙로봇을 보급할 계획이다.

알지티의 서빙로봇은 별도 유도장치 없이 스스로 주변을 인지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있어 설치와 운영이 간편하다. 일반적인 서빙로봇이 경로 등을 인식하기 위해 매장 내 별도의 유도장치가 필요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러한 업계와 시장 움직임에도 규제 완화가 배달로봇 상용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환영하지만, 로봇의 경우 현재 일반도로에서 차로 규정돼 주행하기 어렵고, 로봇 주행 영상을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저장하지 못하는 등의 규제는 여전하다”면서 “배달로봇 상용화를 위해선 해당 규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로봇 시장은 5조5000억원 규모이며, 연평균 5.4%로 성장세를 보인다. 서비스로봇 시장은 전년 대비 34.9%가 증가한 8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6.4%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오는 2024년 159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