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형 주담대 인기] 시중은행 이어 지방은행도 팔 걷었다…금리상승기 맞아 '재주목'

2022-08-04 07:00

서울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들이 금리상승기 대출 보유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은행 주담대 평균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4%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 연말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 상승폭을 묶어두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금리상한 주담대' 상한폭 0.75→0.45%p 하향···경남·부산도 0.5%p선

대구은행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오는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이용 고객을 위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금리 상한폭을 낮춰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금리 상한폭인 0.75%포인트에서 0.45%포인트로 축소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적용 시기는 내년 7월까지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연 금리 상한폭 0.45%는 은행권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 부담을 느끼는 차주를 보호하고 고객들의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상한폭을 하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타 지방은행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BNK경남은행은 지난 1일부터 ‘BNK 금리상한 모기지론’ 신규 거래고객의 연간 금리 상한폭을 기존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인하했다. 동일 상품을 운용 중인 BNK부산은행 역시 금리상한형 주담대 거래고객의 연간 금리 상한폭을 0.50%포인트로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던 제주은행은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상품 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시중은행들도 일찌감치 금리상한형 주담대 취급을 주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수협은행의 경우 연간 금리상승 제한폭을 0.50%포인트로 낮췄다. 또 해당 상품에 가입하려는 차주는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를 가산하는 일종의 가입비(프리미엄)를 내야 하나 신한·우리·농협은행은 1년 간 가입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있다. 
 

'출범 1년' 초라한 실적 딛고 금리상승기 맞아 '관심도↑'···"당분간 문의 이어질 듯"

은행권이 이처럼 적극 나서고 있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일정 기간 고객의 연간 금리 상한폭을 제한해 금리상승기에 금융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상품이다. 만약 시장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르더라도 금리갱신 시점에 가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연 금리가 개별 은행이 설정한 제한폭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상품은 한 번 가입하면 5년간 금리 상승폭이 2%로 제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신규로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거나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이용할 수 있으며 상품(특약) 가입 후 차주가 원하면 특약 해지도 가능하다. 


금융당국 주도 하에 작년 7월 첫선을 보인 이 상품은 기준금리 0%대로 대변되는 저금리 기조에 차주들의 이용도가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들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나서고 있는 데다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최고 3.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파른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4대 시중은행의 금리상한형 주담대 판매실적은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 94건(226억원)으로 지난 1년 간 판매실적(68건·126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는 4%를 넘어섰다. 이는 직전 최고치였던 지난 2013년 2월(4.06%)과 비교해 0.0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주담대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변동금리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급등하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4.44~5.63%) 상단 기준으로 5.54%가 상단인 주담대 고정금리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에 빚을 내 집을 산 차주들의 부담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역시 단순히 고객 이익 제고를 넘어 금리 상승기 신규 대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당국 수장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상승에 따른 서민 이자부담과 과도한 이자수익 등에 대해 경고하며 금융권이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과도한 이자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며 “은행권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리상승, 자산시장 가격조정으로 서민·취약계층이 과도한 상환 부담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권 차원의 차주 연착륙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 잔액 규모가 506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나 금리 상승세 속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은행들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에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점도 이용자 확대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