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LX그룹] 계열 분리 후 '기반 다지기'…ESG부터 M&A까지 속도

2022-08-03 15:00
LG와의 친족 분리 '한 달'…거래 비중 등 점검 체계 마련

LX그룹이 홀로서기를 하며 진화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LX그룹으로 출범한 이후 1년 가까이 ‘계열 분리’ 리스크를 안고 있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점차 LG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이를 통해 LG와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그룹 내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합병(M&A)에 있어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 독립’ 한 달…계열사 ‘ESG위원회’ 설립 속속, 사장 참여도
3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은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 지 약 한 달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사인 LX홀딩스를 포함해 12개사에 대해 LG로부터의 친족 분리를 인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X그룹의 계열분리는 최종 마무리했다.
 
그간 LX그룹은 공정위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핵심 사업 키우기에 전력을 쏟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7월 LX그룹으로 출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류상으로는 LG그룹에 속해 계열분리 미확정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 법인으로 공식 인정을 받으면서 LX그룹은 먼저 ESG 등 기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계열사들은 잇따라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LX세미콘을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과 29일 각각 LX하우시스, LX인터내셔널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향후 LX홀딩스 또한 ESG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ESG경영 구축 및 내부거래 등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게 LX그룹의 설명이다. 특히 LX세미콘의 경우 ESG위원회에 손보익 사장이 직접 참여하며 적극적인 ESG경영 행보를 시사하고 있다. 다만 위원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LX홀딩스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계열분리 인정을 받으면서 후속 이행 활동 관련 ESG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라며 “상장 계열사 위주로 해서 ESG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LG와 ‘거래 비중’ 낮추기에 사활…향후 RE100 참여 기대감↑
특히 LX그룹은 LG와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종 계열분리가 승인됐다고 해도 독립경영이 인정된 날로부터 향후 3년 동안은 공정위에 LG 계열사와의 거래 내역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LX그룹이 자발적으로 해당 내역을 제출하겠다고 한 2년을 포함하면 총 5년에 달한다.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목적 중의 하나도 이 같은 거래 내역과 관련이 있다. 보다 철저한 내부 점검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LX그룹은 사외이사 중심의 ESG위원회를 LG와 유사한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LX그룹 계열사 가운데 판토스의 경우 지난해 기준 58.6%로 LG와의 거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LX그룹의 RE100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친환경 캠페인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기업들은 탄소중립 등을 목표로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LG그룹도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등이 가입했다.
 
다만 LX그룹은 아직 RE100 참여 여부에 대해 구체화한 것은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LX홀딩스 관계자는 “ESG위원회 외에도 ESG 관련 다양한 방법을 컨설팅이나 내부 논의 등을 거쳐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한 한국유리공업의 군산 공장 [사진=LX인터내셔널] 

결국 그룹 ‘기반 다지기’가 관건…‘현금 두둑’ LX인터, 앞장 보폭 확대
결국엔 그룹의 기반 다지기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와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LX그룹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LX그룹 내 사실상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는 LX인터내셔널이 M&A에 본격적으로 앞장설 전망이다.
 
실제 LX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9478억원으로 약 1조원에 달한다. 특히 물류 자회사인 LX판토스가 물동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호황에 따라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주목받고 있다. LX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7조8177억원, 영업이익 360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미 LX인터내셔널은 그룹 내 M&A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5925억원을 들여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DL에너지의 자회사인 포승그린파워의 지분 63.3%를 95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종 지분 취득 예정일은 10월 17일이다.
 
한편 LX홀딩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며 향후 ‘기업형 벤처투자회사(CVC)’ 설립을 통한 신사업 발굴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LX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CVC 설립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