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금리 동결] 8월엔 숨고르기…"이미 부담 크다" 수요 감소세 뚜렷

2022-08-02 11:00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오름세를 이어가던 보금자리론 등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모기지 금리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의 우상향 기조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이자 부담 확대 우려 속 정책모기지를 찾는 이들의 발길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보금자리론 금리, 8월 기준 4.5~4.85%…적격대출 금리도 전월과 동일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서 취급 중인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는 이달 기준  4.5~4.85%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전월(7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HF공사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는 ‘u-보금자리론‘과 은행에 직접 방문해 신청하는 ‘t-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60(10년)~4.85%(50년),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아낌e(아낌이)-보금자리론’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연 4.50(10년)~4.75%(50년)가 적용되고 있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동결된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실제 올해 초 3.00~3.40% 수준이던 보금자리론 금리는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현재는 금리 격차가 최대 1%대 후반에 이르고 있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대개 국고채 5년물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조기상환 등을 고려한 기초자산의 가중평균 만기가 약 5년 남짓인 만큼 이 지표를 주요 참고지표로 활용한다. 올해 1월 연 2.28% 수준이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5월 3.2%, 6월 3.7%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3.2%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보금자리론보다 이용범위가 넓은 정책모기지 상품인 적격대출도 지난달과 동일한 금리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형 적격대출의 경우 7월에 이어 이달에도 연 4.85%에 이용할 수 있다. 기본형 적격대출의 경우 취급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한에 따라 연 5.01~5.93% 수준(비거치식 대출 기준)에서 이용 가능하다. 적격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보금자리론 주택가격 6억원)면 받을 수 있고 주택규모와 소득에는 제한이 없다.

특히 주금공은 이날부터는 만기 기한이 기존보다 10년 더 늘어난 초장기(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을 신규 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품 구간에서는 금리가 동일하거나 오히려 인하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취급된 보금자리론의 경우 40년 만기 상품이 4.75~4.85% 수준을 나타낸 반면, 8월 들어서는 4.73~4.83%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하향됐다. 대신 초장기 상품인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이 전월 40년 만기 상품과 동일한 수준의 금리를 적용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청년층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초장기 대출 금리를 현행 40년 만기 금리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새정부 가계대출 관리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방안’에 따른 것이다. 만 34세 이하 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인 가구에 한해 이용할 수 있으며, 원금균등·원리금균등방식으로 상환 가능하다. 공사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주담대 이용 차주의 선택권을 넓히고 대출 초기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월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금자리론 이용규모 7개월 연속 하락세...5월 취급분 전년 43% 불과

이미 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책모기지를 찾는 수요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신규 판매금액은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기준 88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1조8000억원)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최근 3개년 5월 기준 취급된 규모로 비교해보면 2년 전인 2020년 5월 당시 취급 규모는 1조8765억원, 2021년 5월 취급규모는 2조원(2조491억원)을 웃돈다. 1년 전 취급규모와 비교하면 올해 5월 취급분은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불과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모기지 상품은 한정된 재원 속 완판행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 상당수 은행들이 적격대출에 할당된 월별, 분기별 취급 한도를 모두 소진하면서 상품 취급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중단한 바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2분기에도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한도가 모두 동이 난 바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선 데 이어 올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빅스텝(한번에 0.50%포인트 금리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 연말 기준금리를 3%까지 상향하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는 상황이라 이같은 시장 예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정책모기지 상품이 시중은행 주담대에 못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04~6.028%로 나타났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92~6.254%로 집계됐다. 상단만 놓고 보면 오히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정책금리보다 더 저렴한 상황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록 고정금리이긴 하나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마냥 유리한 상황이 아닌 데다 하반기에 들어설수록 추가적인 금리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금리 상승세 속 당분간 모기지 상품 수요가 움츠러들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