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먹구름' 아모레‧LG생건... 북미 시장서 돌파구 찾는다

2022-07-28 18:00

아모레퍼시픽그룹(왼쪽)과 LG생활건강 로고 [사진=각 사]

국내 화장품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3월말부터 강화된 중국 봉쇄 조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양사는 북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10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조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줄었고, 260억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 역시 아쉬운 실적을 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427억원, 영업이익 20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40.0%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해외 매출 중 50~70%는 중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올해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중국 내 화장품 수요가 줄고 영업에 차질을 빚었고, 중국 내 애국 소비 ‘궈차오’ 열풍 등으로 중국에서의 K-뷰티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열린 중국의 상반기 최대 행사 ‘618 행사’에서 국내 화장품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확실성마저 커진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중국 봉쇄 영향으로 ‘적자 전환’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전화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1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9457억원으로 19.6% 하락했고, 순손실은 372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실적은 증권가 추정치를 크게 밑돌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사업 부진이 적자 원인으로 작용했다. 2분기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2% 하락한 2972억원을 기록했고 4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 지역 전체 매출이 39% 급감한 가운데, 아시아 지역 매출의 50% 수준을 차지하는 중국시장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해외시장에서도 중국 외 아시아지역과 북미, 유럽시장에서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라네즈와 설화수가 브랜드 파워를 확대한 북미 시장에서는 매출이 66% 증가했고, 유럽에서도 라네즈의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전체 매출이 15% 늘었다.

국내 사업은 전년 대비 15.4% 감소한 62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55.3% 줄었다. 온라인 채널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중국 주요 도시 봉쇄에 따른 면세 채널 부진으로 전체적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자회사들은 이니스프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장세를 보였다. 이니스프리는 매출 720억원, 영업이익 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1%, 3.6% 줄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은 불안정한 국내외 시장 환경으로 인해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하며 전체적인 실적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중국 봉쇄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 ‘주춤’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봉쇄정책 강화 영향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아 지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LG생활건강 뷰티(화장품)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한 8530억원, 영업이익은 57.4% 감소한 933억원을 기록했다. 데일리뷰티를 포함한 전체 뷰티 매출은 1조1841억원, 영업이익은 1388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상하이 등 대도시가 봉쇄되고, 베이징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에서 봉쇄에 준하는 엄격한 통제가 시행됨에 따라 외출 금지, 매장 영업 중단, 물류 출하 제한이 이어져 화장품 실적에 영향을 줬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에는 실적이 개선됐다. 1분기 대비 2분기 뷰티사업 매출은 21.9%, 영업이익은 35.2% 개선된 수치다. 
 
HDB(홈‧데일리뷰티)사업 매출은 5434억원, 영업이익은 596억원으로 각각 9.5%, 1.4% 증가했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데일리뷰티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활약으로 높은 매출 성장뿐 아니라 이익 성장을 실현했다.
 
리프레쉬먼트(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한 4664억원, 영업이익은 10% 증가한 637억원을 달성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가 부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을 이뤘다.특히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 칼로리 음료인 ‘코카콜라 제로‘, ‘스프라이트 제로‘와 저칼로리 음료인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많이 어려웠던 1분기와 비교하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2%, 23.4% 개선되면서 성장세로 돌아섰다”면서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이 어렵지만 ‘후’ 브랜드의 고급 라인을 강화하고,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채널 다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밍데일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중국 의존도 낮추고 ‘북미시장’ 공략으로 돌파구 모색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실적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시장인 미국 공략에 나섰다. 양사는 미국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해외 시장에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북미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했고, 50개 이상의 세포라 매장에도 들어갔다. 온라인에서는 더 허트 그룹(THG)의 3대 이커머스 플랫폼과 아마존 채널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라네즈는 2014년, 미주 대형 종합 유통 채널 ‘타겟(Target)’ 입점을 통해 최초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캐나다 전역의 세포라 매장과 세포라 온‧오프라인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북미시장 드라이브 기조를 이어가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그 외 국가에서 균형적 성장을 이루겠다”면서 “외부 환경이 좋지 않지만 디지털화를 통한 이커머스 시장 확대 등으로 향후 이익률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진정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동시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 더크렘샵(The Creme Shop)의 지분을 인수했다. 북미 사업권이 있는 유럽과 미국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현지화 공략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마존과 코스트코 온라인몰 입점했고, 올해는 온라인 라이브쇼핑 플랫폼과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하반기에도 그간 인수한 REACH(리치), Euthymol(유씨몰), Arctic Fox(알틱폭스) 등의 브랜드로 전략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이들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기반으로 데일리 뷰티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LG생활건강은 글로벌 뷰티 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10cm이하의 컴팩트한 사이즈의 미니 타투 프린터의 금년 4분기 북미 시장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올 4분기부터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tic Fox)’의 유통 채널을 통해 ‘Printly’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국내에도 제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채널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