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불안한 환율에 물가 급등세도 지속…한은 추가 '빅스텝' 나설까

2022-07-28 18: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선은 벌써부터 한국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한 가운데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데다 곧 고점을 찍을 것이라던 물가 급등세도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다음 달 25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빅 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해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대폭 상향됐다. 이어 다음 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금리 조정 수위에 쏠려 있다.

한은이 올해 남겨두고 있는 금통위(기준금리 결정)는 8월, 10월, 11월 등 총 세 차례다. 시장은 금통위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내에 최고 3.00%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더 올려도 긴축이 아니다”며 “올해 말까지 최고 3.0%까지 갈 것이라는 시장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시장 관측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 총재와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한다고 가정할 때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은 세 차례 금통위에서 쉬지 않고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고, 또 다른 시나리오는 한 차례 금통위를 통해 0.5%포인트를 선제적으로 올린 뒤 남은 금통위에서 숨 고르기에 나서며 점진적으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는 방법이다. 일단 한은은 속도 조절에 힘을 싣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빅 스텝 결정 직후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일찌감치 예상됐던 만큼 시장에서도 한은이 일단 점진적 금리 인상을 택할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은 역시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면서 강달러 추세에 기름을 붓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데다 외화 자본 유출,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한은이 마냥 점진적인 금리 인상 수순을 밟기에는 물가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월(3.9%)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상승 폭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급 수준이다. 당초 7~8월로 예상됐던 물가 정점은 10월로 늦춰졌고 소비자들은 당분간 물가가 계속 빠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에 새롭게 합류한 신성환 신임 금통위원도 취임사를 통해 금통위가 가진 고민을 넌지시 내비쳤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그조차도 “아마 중앙은행에 이처럼 난해한 과제가 주어진 것은 실로 수십 년 만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고, 그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어 적절한 수준의 통화 정책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긴축적 통화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