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가 경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결과 응답자의 63%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5월 조사보다 20%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시장은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에 달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 금리는 2.25~2.50%이 된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금리는 0.25~0.50%에 머물러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75~4%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CNBC는 급속한 금리인상은 경기 후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금리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되면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결국에는 가계소득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란 분석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 연준 관리들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회의적이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정책 연구 책임자인 로베르토 펄리는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그것은 좁고 숨겨져 있으며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표는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 상태거나 경기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픽테 자산 관리사의 토마스 코스테르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경기 침체 위험을 고려해 9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12월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용이 급격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CNBC의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 중 대부분은 올해 12월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온건한 수준의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실업률은 0.8%포인트(p) 상승한 4.4%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35%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웰스파고 코퍼레이트 인베스트먼트 뱅크의 마크 비트너 상무는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뒤 이미 취한 조치를 그대로 둘 것"이라며 "고용 한파가 이미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으며 조만간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을 주목한다. 지난 1분기 미국의 GDP 수치는 마이너스(-)1.6%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연속으로 반복되면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고 본다. 지난 3월 미국 무역적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 GDP 속보치 발표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전망 수정보고서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예상했다.

고린차스 수석은 "현재 환경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매우 협소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린차스 수석은 심지어 작은 충격조차도 미국이 경기침체로 기울도록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이는 불과 3개월 전인 4월 전망에 비해 무려 1.4%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또 경기침체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정의할 때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적었다.

고린차스 수석은 미국의 노동 시장이 강력하고 실업률이 3.6%로 매우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계속되면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노동시장도 점차 냉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