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 시즌] 반도체·전자부품, 선방했지만…하반기 다운사이클 '초긴장'

2022-07-27 18:00

공급망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올 2분기 반도체 업계와 전자부품 시장은 나름 선방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도 수율 개선에 따른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달러화 강세 등에 힘입어 수익성을 높였다.
 
전자부품업계도 스마트폰 등 IT용 시장 수요 둔화로 주춤했지만 산업·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고사양 중앙처리장치(CPU)용 등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매출 증가 등으로 숨통을 텄다. 하지만 2분기 들어 '다운사이클(침체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은 하반기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불구…불확실성 커져 시설투자 고민
SK하이닉스는 27일 실적 발표 설명회를 열고,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이 13조8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13조원대 분기 매출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달성한 역대 분기 최대 매출 12조3766억원보다 1조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조1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0%로, 지난 1분기 24% 대비 6%포인트 상승하며 30%대를 회복했다.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7% 증가한 2조8768억원이다. 분당 사옥 매각으로 이익 1241억원을 얻었다.
 
회사는 "2분기에 D램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하면서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또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지난해 말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 실적이 더해진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4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SK하이닉스의 고심은 깊다. 최근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한 것도 하반기 시장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재고가 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부터 메모리 시장 불확실성이 현재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그에 따른 재고 수준이 증가하는 만큼 내년 생산량과 시설투자 계획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고, 자본 지출을 축소하는 시나리오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정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28일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지난 7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서 삼성전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매출 77조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소비심리 둔화에 따른 반도체 재고 증가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4%, 영업이익은 11.38% 증가했지만 올 1분기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0.85% 각각 줄었다. 업계에서 "사실상 2분기부터 반도체와 전자업계 다운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방산업 위축에 LG디스플레이 2년 만에 적자 전환
가전 세트(완성품) 부문과 한 몸 격인 디스플레이업계는 2분기 '어닝 쇼크'를 맞았다. OLED 절대 강자인 LG디스플레이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883억4500만원으로, 2021년 동기 영업이익 7014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고 27일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매출도 5조60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순손실은 3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코로나 봉쇄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완제품 생산과 협력업체들의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어 패널 출하가 감소하는 공급망 이슈가 이어졌다"며 "전방산업 위축으로 세트업체들이 재고 최소화를 위해 구매 축소에 나선 것과 LCD 패널 가격 하락이 지속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2분기 실적 선방을 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기는 올 2분기 매출 2조4556억원, 영업이익 36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 0.6% 늘었다. 다만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 12.3% 줄어 다운사이클 징후를 감지케 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IT용 시장 수요 둔화로 1분기보다는 실적이 줄었지만 산업·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고사양 중앙처리장치(CPU)용 등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 매출 증가로 작년 동기보다는 실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사진=각사]

LG이노텍은 올 2분기 매출 3조7026억원, 영업이익 28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7.2%, 90.8% 늘었다. 다만 이 회사 역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실적이 내림세다. 올 1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3%, 21% 감소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2분기가 통상적인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전·IT 제품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수요 '뚝'...부품업체 연쇄 타격 불가피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이 점차 시장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세트(완제품)를 생산하는 전방산업이 수요가 줄자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사실상 시장에 구축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따라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모든 산업이 가치사슬로 연결된 만큼 경기 침체가 얼마나 장기화하느냐에 따라 기업 전반에 미치는 피해 규모도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올해 하반기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내려갔지만 위축된 수요로 인해 우려는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날 올해 2분기 실적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나마 올해 2분기는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악재와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지역 봉쇄,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으로 시장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공략하며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LCD TV 패널과 OLED TV 패널 비교 이미지 [사진=LG디스플레이]

TV 연간 출하량, 전년 대비 189만대 줄어...원자재 수급난 여전
문제는 하반기다. 경기 침체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러한 수요 하락 폭은 하반기에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보고서를 내놓으며 “세계가 조만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장자리에 서게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2.5%에서 2.3%로 낮췄다.

실제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 여력이 생필품으로 집중되며 전자제품 관련 시장 수요는 줄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시장 연간 출하량은 2억1164만대로 지난해보다 189만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글로벌 출하량이 13억5700만대로 작년(13억9200만대)과 비교했을 때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비롯해 반도체까지 악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각종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는 공급과잉에 따라 올해 3분기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폰, IT 제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재고 관리에 들어가자 반도체 시장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줄고 있지만 올 하반기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 따라 기업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또한 원자재 수급난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하반기 수출까지 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기업들은 다음 달 경기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업종별로 제조업(82.5)과 비제조업(91.4) 모두 3개월 연속 부진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동시에 3개월 이상 부진한 전망을 기록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