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뉴딜 개편] 도시재생 도입 5년, 명과 암...'지역 경제거점' 개발 전환

2022-07-27 18:00

경상남도가 추진한 김해 도시재생사업의 '남산별곡' [사진=연합뉴스]


도시재생 사업이 출범 5년 만에 대폭 개편을 맞는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도시 활력 회복을 목표로 했던 이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역 경제거점 개발로 방향을 틀게 된다. 

◆2000년대 첫 도입 이후 지지부진...도시재생사업이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포털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 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 강화, 지역 자원 활용,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등을 통해 경제·사회·물리·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 도시 기능을 재활성화하려는 정책·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의 고속화로 전체 도시의 3분의 2에서 인구 감소, 산업 침체, 생활 환경 악화 등 도시 쇠퇴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기에 도시재생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도시재생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00년 이후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사업 등을 통해 외국의 도시재생 사례가 일반 대중에 소개됐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란 용어 자체도 영국에서 통용되던 개념을 2000년대 일본에서 ‘도시재생(都市再生)’이라고 번역 도입한 이래 국내에도 그대로 수용됐다. 

특히 이전까지 국내에선 도시 개발이란 개념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개발 이익을 중심 목적으로 한 정비사업과 통용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성 작용으로 도시재생의 개념이 더욱 주목받은 측면도 있다. 

정비사업 이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저소득층 원주민들의 재정착이 어렵고 도시 활력이 크게 쇠퇴한 지역은 정비사업이 필요함에도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예성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006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당시 'VC(Value Creator)-10 사업'의 하나로 도시재생 연구개발 사업을 선정해 1500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2008년에는 국토정책국에 도시재생과를 신설했다. 

이후 2013년에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 제정되며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지자체는 별도의 도시재생 관련 조례를 만들었고 정부는 2014년과 2016년 각각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과 도시재생 일반지역 33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주민 주도' 도시 복원 내걸었지만, 단기 성과 부족
 

도시재생 뉴딜사업 소개도 [자료=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곡점을 맞게 된다. 당시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도시재생사업의 새 명칭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선정하고 5년간 50조원(연간 10조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기존의 도시재생사업과 차별화된 지점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을 줄이고 지역 공동체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특히 쇠퇴한 도심의 물리적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임대주택 공급부터 복지 정책, 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 창출까지 정부의 주요 정책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혁신하는 도시공간 조성 △지역의 도시재생 경제 활성화 △주민·지역 공동체 주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의 3대 추진전략과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정비 △구도심을 혁신거점으로 조성 △도시재생 경제조직 활성화·민간 참여 유도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축 △상가 내몰림 현상에 대한 선제 대응 등 5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사업 유형 역시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혁신지구 등 5개로 나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출범 5년 만에 비판에 휩싸였다. 5년 동안 50조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뚜렷한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업을 신청하는 다수의 지자체가 도시 활성화 방안으로 관광 산업 육성에 의존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5년 동안 50조원을 써서 벽화마을만 만들었다는 과장 섞인 비판을 내며 정권 교체와 함께 정책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와 같은 우려는 이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혔을 때부터 공존했던 지점이었다. 기존의 전면 철거형 재개발과는 달리 생활 SOC(사회기반시설) 공급과 주민 참여를 강조하기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尹정부, 정책 방향 대폭 개편...지역 경제 거점 등 '되는 사업'만 지원

새 정부는 기존의 폐기 우려와는 달리 도시재생사업 정책 자체는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방향성은 대폭 수정했다. 

국토교통부가 27일 발표한 '새 정부 도시재생사업 추진 방안'은 경제거점 조성, 지역 특화 사업, 민관 협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쇠퇴 도시에 대규모 경제거점을 조성해 지역개발을 촉진시키는 방향성을 선택한 것이다. 

국토부는 새 정부 도시재생사업의 기본 방향은 △쇠퇴지역 경제거점 조성을 통한 도시공간 혁신 도모 △지역별 맞춤형 재생사업을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지역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선도 등 3가지다.

이에 따라 기존에 5개로 분류됐던 사업 유형은 △경제재생 △지역특화재생 등 2개 유형으로 통폐합하고 매년 신규 사업을 40여 곳 내외로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경제 재생에 방점을 두고 쇠퇴한 원도심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거점시설을 조성하는 '혁신지구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주거·업무·상업 등 도시기능을 복합개발하는 사업으로 재정, 기금을 지원하고 용적률 완화 등 도시·건축 특례를 부여한다.

이 외에도 지역의 역사·문화 등 고유자원을 활용한 도시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특화 거리 조성 등으로 중심·골목상권도 활성화한다. 임대상가, 창업공간 조성에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구성 단계부터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민관 협력형 리츠' 사업도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민간이 사업을 기획하고 공공에 우선 제안하는 '민간 제안형 리츠'도 적극 발굴 한다는 계획이다.

평가 방식 역시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등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지역 공동체 주도의 도시활력 복원 효과보다는 개발 사업과 사업 효과를 직접 평가하고 추진 실적에 따라 국비 지원 확대와 감축을 결정한다.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바로 적용해 올해는 총 44곳의 신규 사업을 공모한다. 이 중 10여 곳은 중앙 공모로 30여 곳은 시·도 공모로 진행한다. 중앙 선정사업의 경우 최고 250억원, 시·도 선정사업은 최고 15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국토부는 28일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 방향,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하는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후 오는 8~9월 사전 컨설팅, 9월 사업 접수, 9~11월 실현 가능성·타당성 평가, 11월 관계부처 협의, 12월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사업 선정 순으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상석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은 "새로운 도시재생 추진 방향에 따라 기존의 생활 SOC 공급 위주 사업에서 경제거점 조성 등 규모 있는 사업을 집중 지원하게 됐다"며 "앞으로 신규사업 선정 시 성과가 기대되고 계획의 완성도가 높은 사업만을 선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 도시재생사업 추진 방안이 제시한 혁신지구 적용 사례 [자료=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혁신지구 적용 사례 중 하나인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혁신지구 계획안 [자료=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