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장 공식 사과 받아야 한다"... 전장연, 경찰 출석 거부

2022-07-25 15:06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오른쪽)와 관계자가 25일 경찰에 출석했으나 건물 내 승강기 미설치 이유로 세 번째 조사 거부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권리 예산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25일 경찰에 출석했으나 건물 내 승강기 미설치 이유로 자진 출석 후 세 번째 조사 거부를 했다.
 
전장연 관계자 10명은 25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아 경찰서 승강기 미설치 사실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처음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찰이 시위와 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배치한 인력 수십 명에 의해 입구가 막히며 경찰서 앞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현장에 나온 종로서 관계자로부터 건물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보시다시피 종로서가 장애인 편의 증진법에 따라 정당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시설임을 확인했다”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4년 동안 서울청 산하 경찰서가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바로 사과하고 이를 전수조사한 뒤 계획을 발표해달라. 모두 이행되면 저희도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대표에게 1층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전장연 이를 꼼수로 규정하며 조사받기를 거부했다.
 
박 대표는 “경찰서에 출입하는 사람 중엔 조사받는 사람뿐 아니라 민원인, 직원도 있을 것”이라며 “1층 조사실 마련을 통해 이 문제를 회피하려 하지 말라”고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올해 5월에서 6월 사이 신용산역, 삼각지역, 경복궁역 등지에서 집회하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 등을 방해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기차·선박 등의 교통방해죄)로 출석 요구받았다.
 
이들은 지난 14일에 혜화경찰서, 19일에는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었다. 전장연은 오는 8월 4일까지 출석하라는 종로서의 요구서를 받고 이날 종로서에 나왔으나 같은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전장연의 요구에 최근 서울경찰청은 수사 대상자들의 조사 편의성과 수사 효율성을 고려해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서울 남대문 경찰서를 집중수사관 서로 지정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권리예산과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 등을 촉구 중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 4일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간담회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이 직접 답을 해달라”라며 “7월 말까지 답이 없다면 8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