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자이언트스텝 유력] "또 한 번의 0.75%p 인상 온다"…미국 장단기 국채금리는 침체 예고

2022-07-24 17:15

시장이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말까지 연준의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6월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던 인플레이션 지표가 수그러드는 한편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연준의 매파 행보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미국 국채시장에서 경기 침체 신호로 읽히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가 불안을 일으켰던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 변동성 확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준금리 인상 폭 7월 정점?
7월 FOMC 정례회의는 연준의 하반기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이벤트다. 블룸버그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자체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7월에는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9월부터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경제학자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9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연준의 기준금리 상한선은 연말에는 3.5%로 높아진다. 미국 경제지표가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도 9월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2023년 초에는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서 기준금리가 3.75%까지 올라가고, 이후 연준은 2023년 연내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캐시 보스얀시크 미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설문조사 답변에서 "여전히 강한 노동시장과 견실한 소비 지출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계속 빠르게 인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설문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경제학자 102명 중 98명이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았으며, 나머지 4명은 1%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물론 연말까지 연준의 행보는 7월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웬디 에델버그 브루킹스연구소 경제연구수석은 마켓워치에 최근 연준은 기존처럼 장기간 추세를 보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발표되는 지표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델버그는 "연준은 경제가 내미는 카드에 맞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바꾸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제롬 파월(오른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점점 가까워지는 경기침체 그림자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함께 실시한 경제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를 겪을 확률은 40%, 2년 이내에는 50%로 나타났다. 이는 6월 설문조사 때 25%와 40%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실업률도 올해 평균 3.7%를 기록한 후 2023년에는 4.0%, 2024년에는 4.1%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물가 압력은 계속 높아져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은 올해 평균 8.0%를 기록하고,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평균 ​​8.0%, 3.7~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예측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2.6%에서 2.0%로 내려앉았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완전히 영향을 미치는 2023년에는 1.2%까지 떨어졌다.

아디티야 바브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Bank of America Securities)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해서 누적되면서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면서 결국 경제를 완만한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이미 경기 침체 경고음이 강하게 울리고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을 때 나타난다. 지난 50여 년간 대부분 미국 경기 침체에 앞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지난 22일 미국 국채시장에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97%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2.75%를 웃돌았다. 1년 전에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수익률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던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변화다. 

소매판매를 비롯해 주택시장, 창업자금, 주식시장 등 대부분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닥터 코퍼(구리)로 불린 구리 가격도 1월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이달 1일에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제한 때문에 올해 상승했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성장에 대해 우려하면서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