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인, 운명처럼 만난 '종이의 집'
2022-07-21 18:00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속 조폐국 부국장 '황현호'는 시나브로 작품에 스며든다. 소리도 없이 공간과 등장인물 사이로 스미더니 어느샌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강도들이 조폐국을 점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폐국 부국장 '황현호'는 조폐국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인질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 원작인 동명 스페인 드라마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다. 배우 홍인은 원작에 없는 '황현호'를 자신의 해석대로 채워 넣었다. 온전히 작품에 녹아들고 자신의 방식대로 뿌리내리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를 모를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다.
"오디션을 보고 '종이의 집'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매니저에게 '나 이 작품 하고 싶어'가 아닌 '나 이 작품 할 거야'라고 이야기했어요. 주문을 외운 거죠. '한다'고 하면 그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기하게도 '종이의 집'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황현호'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었죠."
애초 홍인이 지원한 캐릭터는 김성오가 연기한 남북 공동대응팀의 '차무혁'이었다. "꿈은 클수록 좋으니" 이왕이면 큰 배역에 지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홍선 감독의 뜻은 달랐다. 그에게 '황현호' 역을 제안했다.
"'차무혁' 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감독님께서 '부국장 역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차무혁' 역을 탐내고 있었기 때문에 (황현호 캐릭터 제안에) 솔직히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캐릭터에 관해 말로만 들었을 때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느껴졌었거든요. '그래, 작품만으로도 훌륭하니, 열심히 하자'고 했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정말 좋은 역할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여겨졌어요."
홍인은 "캐릭터에 관한 모든 정보가 책에 녹아있다"고 생각해 시나리오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황현호'의 특징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성향에도 반영시켰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황현호'는 인생의 큰 파도 없이 평탄하게 자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느 가장들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조폐국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에서도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는 캐릭터 빌드업 단계에서 '외적인 특징'을 반영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황현호'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현호'의 성격을 분석하며 번뜩 '안경을 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여러 안경 중에서도 '무테안경을 쓴 '황현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감독님께도 제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여러 안경을 보여드리며 의견을 묻자 감독님께서도 '무테안경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어요. 속으로 '통했다!' 싶었죠. 무테안경을 쓰고 나니 '현호'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계속 '현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이 친구로서 삶을 살아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정교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적인 디테일을 완성하는 만큼 인물의 전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홍인은 "작품마다 다르다"고 운을 떼며 "전사가 연기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캐릭터 전사 만들기가 연기에 방해가 될 때도 있어요. 매몰되는 거죠. 극 안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묻히는 경우가 생겨요. 캐릭터를 두고 어느 한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걸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황현호'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다. 그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기에 연기할 때 자유로웠다"고 설명했다. 홍인이 연기하는 '황현호'가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원작에 나온 캐릭터를 재해석해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아요.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하자니 따라 하는 것 같고, 새롭게 하자니 원작 팬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서요.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동료 배우들이 크게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사투리 외에 작품적으로 크게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홍인이 말했듯 그는 '황현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북한 말씨를 익히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북한 말씨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종일 대화하며 완벽하게 말투를 익히고자 했다.
"연기에 있어서 '언어'가 어색하게 여겨지면 작품 안에서도 이질적이잖아요. 저는 언어가 매끄럽지 않으면 작품 속에서도 어색하게 느껴지고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황현호'도 북한에서 나고 자란 인물인데 북한 말씨가 어색하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말투가 익숙해지고 나면 점점 더 친숙해질 거로 생각했어요."
그는 북한말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무척 괴롭혔다며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을 관찰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선생님께 '배우 중 가장 북한말을 잘 쓸 수 있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어요. 선생님께서 가르친 배우 중 1등으로 만들어달라고요. 선생님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조사해서 자주 쓰는 단어, 억양, 목소리 톤 등을 참고하기도 했죠."
그의 노력은 통했다. '종이의 집' 공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는 부국장 '황현호'에 관한 관심과 매끄러운 북한 말씨에 관한 칭찬이 쏟아졌다.
"제가 열심히 준비한 부분에 대한 칭찬이 눈에 띄고 기억에 남죠.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북한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운데 혹시 더빙한 거 아니냐?'는 거였어요. 후시 녹음한 게 아니냐면서요. 이건 엄청난 칭찬이잖아요! 한동안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죠. '아, 내 노력을 알아주셨구나' 싶어서요."
홍인은 모두를 공감하게 할 수는 없으나 최선을 다해 관객을 설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은 공감"이라며 관객들이 이해하고 설득당할 수 있게끔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에 녹여내려고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의 집'은 홍인에게 전환점인 작품이다. 새로운 연기 방식과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 방식을 보며 '언젠가 한 번쯤 나도 써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표현하지 않아도 묵직하게 때리는 힘이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었거든요. '언제 한번 해 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종이의 집'을 만나고 '아,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황현호' 역할을 위해 계속해서 비워내는 작업을 했고 명료하고 깨끗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반은 통과했으니 다음 작품에서 굳히기에 나서야죠. 그 과정 안에서 또 재미있는 스타일을 발견하면 기억해두었다가 또 써먹어 보겠죠? 계속해서 시도해 볼 거예요."
홍인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종이의 집' 파트2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파트1에서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파트2에서는 방향성을 정하게 될 거 같아요.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현호'의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강도들이 조폐국을 점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폐국 부국장 '황현호'는 조폐국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인질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 원작인 동명 스페인 드라마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다. 배우 홍인은 원작에 없는 '황현호'를 자신의 해석대로 채워 넣었다. 온전히 작품에 녹아들고 자신의 방식대로 뿌리내리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를 모를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다.
아주경제는 최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황현호'를 연기한 홍인과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부터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소수의견' '밀정' '불한당' '신과함께' '마약왕',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토브리그'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한 그와 '종이의 집' 그리고 배우 홍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디션을 보고 '종이의 집'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매니저에게 '나 이 작품 하고 싶어'가 아닌 '나 이 작품 할 거야'라고 이야기했어요. 주문을 외운 거죠. '한다'고 하면 그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신기하게도 '종이의 집'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황현호'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었죠."
애초 홍인이 지원한 캐릭터는 김성오가 연기한 남북 공동대응팀의 '차무혁'이었다. "꿈은 클수록 좋으니" 이왕이면 큰 배역에 지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홍선 감독의 뜻은 달랐다. 그에게 '황현호' 역을 제안했다.
"'차무혁' 역으로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감독님께서 '부국장 역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차무혁' 역을 탐내고 있었기 때문에 (황현호 캐릭터 제안에) 솔직히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캐릭터에 관해 말로만 들었을 때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느껴졌었거든요. '그래, 작품만으로도 훌륭하니, 열심히 하자'고 했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정말 좋은 역할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여겨졌어요."
그는 캐릭터 빌드업 단계에서 '외적인 특징'을 반영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황현호'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현호'의 성격을 분석하며 번뜩 '안경을 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여러 안경 중에서도 '무테안경을 쓴 '황현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감독님께도 제 의견을 말씀드렸는데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여러 안경을 보여드리며 의견을 묻자 감독님께서도 '무테안경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어요. 속으로 '통했다!' 싶었죠. 무테안경을 쓰고 나니 '현호'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계속 '현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이 친구로서 삶을 살아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정교하게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적인 디테일을 완성하는 만큼 인물의 전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홍인은 "작품마다 다르다"고 운을 떼며 "전사가 연기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캐릭터 전사 만들기가 연기에 방해가 될 때도 있어요. 매몰되는 거죠. 극 안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묻히는 경우가 생겨요. 캐릭터를 두고 어느 한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걸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황현호'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다. 그는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이기에 연기할 때 자유로웠다"고 설명했다. 홍인이 연기하는 '황현호'가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원작에 나온 캐릭터를 재해석해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아요.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하자니 따라 하는 것 같고, 새롭게 하자니 원작 팬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서요.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동료 배우들이 크게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사투리 외에 작품적으로 크게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홍인이 말했듯 그는 '황현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북한 말씨를 익히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북한 말씨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종일 대화하며 완벽하게 말투를 익히고자 했다.
"연기에 있어서 '언어'가 어색하게 여겨지면 작품 안에서도 이질적이잖아요. 저는 언어가 매끄럽지 않으면 작품 속에서도 어색하게 느껴지고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황현호'도 북한에서 나고 자란 인물인데 북한 말씨가 어색하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말투가 익숙해지고 나면 점점 더 친숙해질 거로 생각했어요."
그는 북한말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무척 괴롭혔다며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을 관찰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선생님께 '배우 중 가장 북한말을 잘 쓸 수 있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어요. 선생님께서 가르친 배우 중 1등으로 만들어달라고요. 선생님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조사해서 자주 쓰는 단어, 억양, 목소리 톤 등을 참고하기도 했죠."
그의 노력은 통했다. '종이의 집' 공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는 부국장 '황현호'에 관한 관심과 매끄러운 북한 말씨에 관한 칭찬이 쏟아졌다.
"제가 열심히 준비한 부분에 대한 칭찬이 눈에 띄고 기억에 남죠.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북한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운데 혹시 더빙한 거 아니냐?'는 거였어요. 후시 녹음한 게 아니냐면서요. 이건 엄청난 칭찬이잖아요! 한동안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죠. '아, 내 노력을 알아주셨구나' 싶어서요."
그런 의미에서 '종이의 집'은 홍인에게 전환점인 작품이다. 새로운 연기 방식과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 방식을 보며 '언젠가 한 번쯤 나도 써먹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표현하지 않아도 묵직하게 때리는 힘이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었거든요. '언제 한번 해 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종이의 집'을 만나고 '아, 지금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황현호' 역할을 위해 계속해서 비워내는 작업을 했고 명료하고 깨끗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반은 통과했으니 다음 작품에서 굳히기에 나서야죠. 그 과정 안에서 또 재미있는 스타일을 발견하면 기억해두었다가 또 써먹어 보겠죠? 계속해서 시도해 볼 거예요."
홍인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종이의 집' 파트2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파트1에서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파트2에서는 방향성을 정하게 될 거 같아요.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현호'의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