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조치 무시한 네이버 크림, 선택적 환불 논란

2022-07-20 08:00
검수 논란 계속…공정위 불공정약관 시정조치 정면 배치
소비자, 새제품인 줄 알고 구매했지만 중고 의심제품 수령
3차례 '환불불가' 밝힌 크림, 언론제보 언급에 '번개환불'

[그래픽=아주경제]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 1위 크림이 중고 의심 제품 수령 피해자에 대해 선택적으로 환불하겠다고 시사해 논란이다. 리셀 플랫폼에 귀책사유가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와 상반되는 언급이어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19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네이버 계열사인 크림은 최근 허술한 검수로 중고 의심 제품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보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28세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달 29일 크림을 통해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스와치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인 ‘문스와치’를 구매했다. 이씨는 제품비, 검수비, 수수료, 배송비를 포함해 총 69만6000원을 지불했다. 이씨는 8일 만에 제품을 받았지만 제품 곳곳에 흠집이 있었다.
 
이후 그는 크림에 3차례 환불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크림 측은 ‘검수를 제대로 했고 이씨가 약관에 동의했다’고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셈이다. 이씨는 네 번째 환불 요청에서는 해당 내용을 한국소비자원과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크림은 태도를 바꿔 부랴부랴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6월 29일 구매한 제품은 7월 14일 최종 환불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크림 측은 세 차례 환불 요청이 있었을 때 내부적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 확인을 거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크림 관계자는 “제품이 검수센터에 입고되면 사진을 찍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있는데 해당 내용을 인지·확인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가 세 차례나 환불 요청을 했을 때 같은 답을 반복 안내한 것을 보면 크림 측 주장에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크림 관계자는 “한 번 환불 요청했다고 다 환불해 줄 수 없지 않으냐”며 “그렇게 하려면 검수 기준을 높여야 하고 결국 판매자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수 후 소비자가 결함 제품을 받고 여러 번 환불을 요구해야만 회사 측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환불해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와 정면 배치된다. 작년 11월 공정위는 크림, 솔드아웃, 리플, 아웃오브스탁, 프로그 등 5개 리셀 사업자의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사업자 책임 부당 면제’ 등 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약관 시정 전 크림을 비롯한 5곳 모두 구매 회원과 판매 회원 간에 분쟁이 생기면 모든 책임을 회원이 지도록 했다. 리셀 업체가 플랫폼 관리나 상품 검수 등을 제대로 했으면 회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조차 책임을 회피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리셀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면 해당 책임을 업체가 지도록 시정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크림 이용약관 제36조(회사의 면책) 1항을 보면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에 있어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판매자 또는 구매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크림은 검수 논란과 관련해 사과나 뚜렷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제품 탓으로만 돌렸다. 크림 측은 “해당 제품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화면 보호 커버가 전체 화면보다 작게 제작돼 이슈가 됐던 제품”이라며 “고객 응대 등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전반적 절차에 대한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크림 측 검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취했는데, 이를 듣지 않는다면 강력한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크림은 검수 센터·인력 강화를 이유로 지난 4월 구매 수수료 1%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 2%로 인상했다. 작년 12월 1000원으로 시작한 배송비도 현재 3000원으로 올렸다. 오는 8월 1일부터 판매자에게도 1%의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