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전망] 수도권, '미분양 급증'+'분상제 완판'…양극화 이어진다

2022-07-16 15:00
'할인 분양'까지 나온 서울 아파트
제도 개편에도 안전마진 수요↑…분상제 단지 인기 지속할 것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주택가. [사진=아주경제DB]

[그래픽=아주경제DB]

수도권 분양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은 여전히 '로또'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공공·민간 사전청약 아파트는 제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0대 1, 평균 최저 당첨 가점(만점은 84점)은 24.1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8.2대 1, 30.8점보다 하락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청약 경쟁률이 29.4대 1로, 작년 상반기(124.7대 1)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최저 당첨 가점은 61.1점에서 44.5점으로 무려 16.6점이나 떨어졌다. 아울러 올해 5월 서울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88가구로 전달(360가구) 대비 91%가량 증가했다. 2019년 3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최대치다.
 
고금리·대출규제에 할인 분양까지 등장
서울에서 올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 3분의2가량이 최초 청약에서 마감하지 못했다. 또한 앞서 큰 인기를 끌던 무순위 청약도 큰 효과가 없었다.
 
미분양이 길어지자 할인 분양도 나오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에 들어서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이달 입주를 앞두고 최대 15%의 할인 분양을 시작했다. 전용면적 78㎡가 종전엔 11억원대였는데 9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해링턴플레이스도 최근 전용면적 84㎡ 분양가를 13억원에서 12억7400만원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체'는 지난 5월 진행한 청약 접수에서 특별공급과 1순위가 모두 마감됐지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하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를 포함해 서울에서 올해 상반기 분양을 실시한 9개 단지 중 6곳이 최초 청약에서 완판에 실패한 것으로 집계된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30.0대 1에서 9.6대 1로 3분의1토막 났다. 최저 당첨 가점도 34.2점에서 23.8점으로 10점 넘게 내려왔다. 인천은 평균 청약 경쟁률이 17.4대 1에서 21.9대 1로 상승했지만, 최저 당첨 가점은 46.0점에서 34.2점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럭스 오션 SK뷰는 다섯 번에 걸쳐 무순위 청약 공고를 게시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도 무순위 청약을 8번이나 실시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송도 자이 더 스타 등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거나 앞으로 진행한다. 해당 단지들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졌고, 올해부터 아파트 분양 잔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게 식은 청약시장에도 분상제 단지는 여전히 인기
이런 상황에도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분양이나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지난달 말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지축 센텀가든' 최저 당첨가점은 6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더해 총 84점이다. 69점은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로 상당한 고점이다.
 
이 단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공급 1순위 청약 103가구 모집에 총 1만774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72.25대 1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경기도 지역 1순위 최다 청약자 기록이다.
 
해당 단지의 인기 이유는 안전마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분양가가 낮은 만큼 고분양가 단지에 비해 타격이 적다.
 
e편한세상 지축 센텀가든 근처에 위치한 지축역 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올해 1월 12억3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대는 10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e편한세상 지축 센텀가든의 분양가와 비교하면 4억원 가까이 비싼 것이다.
 
지난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검단웰카운티’는 총 403가구(특별공급 제외) 일반분양에 3만7000여명이 청약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도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낮다. 이 단지 외에도 ‘e편한세상시흥장현퍼스트베뉴’, ‘파주운정디에트르에듀타운’, ‘신영지웰운정신도시’ 등의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이들 단지는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들은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데다 정주여건이 좋은 택지지구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분양만 했다 하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안전마진 확보가 가능한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들은 계속 흥행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분상제 개편·높은 금융비용…청약 양극화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청약 시장은 분양가상한제 개편·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분양가가 더 오르고 금융비용은 늘어날 예정인 만큼 입지 등에 따른 청약 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하리라 전망했다.
 
지난달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하반기부터 정비사업에서 조합의 필수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주거이전비, 영업손실보상비, 명도소송비, 이주비에 대한 대출이자, 총회 운영비 등이다.
 
국토부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과 '정비사업 등 필수 발생 비용 산정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당 지상층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기준)가 지난 3월 고시된 182만9000원에서 185만7000원으로 조정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 대출 규제,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졌고 하반기 분양가 인상이 예정됐기 때문에 분양가나 입지 여건 따라 '선별 청약'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분상제 적용 단지는 분양가가 올라도 시세보다는 여전히 저렴하게 새 아파트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