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대통령, 공군 항공기 타고 몰디브로 도망

2022-07-13 14:53
몰디브 수도로 도피 후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동 가능성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사임을 앞두고 도망갔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은 국가부도 사태로 발생한 민중 시위를 마주한 라자팍사 대통령이 자국 공군기 안토노프-32를 타고 몰디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공군은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아내, 경호원 두 명이 공군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확인했다.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는 라자팍사 대통령이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에 있고 그곳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라자팍사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총리관저 등을 점거했다.

대통령이 13일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시위대는 아직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점령을 유지한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는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공식 사임할 때까지 점령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라자팍사 대통령과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이날 사퇴하면 스리랑카 헌법에 따라 아베이와르데나 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국회는 오는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확산과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제가 크게 악화하면서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감염병 확산으로 관광업이 위축된 데다가 유기농 농업 전면 시행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것 등이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여기에 최근 대규모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지난달 인플레이션 수치는 54.6%를 기록했고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몇 달 안에 물가가 7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치솟는 환율에 수입 물가도 크게 올랐으며, 스리랑카의 채무 부담도 커졌다.

특히 원유 가격이 오르자 휘발유 배급이 심각하게 어려워졌고, 생활에 꼭 필요한 요리용 기름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생활고에 이기지 못한 시민들은 올해 4월 초부터 격렬한 정권 퇴진 시위에 나섰다. 

스리랑카는 5월에 영국 독립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