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규제개혁 시동] '고시 3관왕' 서울대 교수, '규제혁신 선봉장' 될까

2022-07-05 19:53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시 3관왕'의 독보적 커리어를 갖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송 후보자는 '규제 신중론자'로 분류되는 만큼 그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가 재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플랫폼 자율규제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시 3관왕' 입지전적 인물…상법 최고 권위자

상법 분야의 권위자로 통하는 송 교수는 법조계에서도 독보적 커리어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9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 졸업 후 1988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했다. 1990년 재학 중 사법시험(32회)에 합격해 윤 대통령과 연수원 생활을 함께했다. 나이는 9세 차이이지만 윤 대통령이 사시 9수를 하고, 송 내정자가 20세에 합격하면서 연수원 동기가 됐다. 

강용석 변호사와도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미스 함무라비', '개인주의자 선언' 등으로 유명한 문유석 전 판사와는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송 후보자는 연수 기간 중 행정고시(36회)와 외무고시(27회)에 합격하면서 이른바 '고시 3관왕'을 달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수원 수료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송 후보자는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잠시 근무한 뒤 2003년 서울대 법대 조교수·부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정교수로 재직했다.

상법 권위자로 알려진 송 후보자는 '상법강의', '회사법', '적대적 기업인수와 경영권 방어' 등의 저서도 펴낸 바 있다. 

이 중 송 후보자가 교수 시절 강의안을 바탕으로 한 '상법강의'는 상법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기존 교과서들과 달리 구어체로 서술돼 가독성이 좋은 데다 회계를 경제학과 접목해 경쟁력 있는 상법 필독서로 분류한다. 후보자의 주전공은 법학이지만 경제학 분야에도 학문적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적 역할은 부족…시장 자율·규제 완화 발맞출 듯

송옥렬 후보자 내정에 공정위 내부에서는 놀란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송 후보자는 공정위와 그간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앞서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출신이긴 했지만 공정위에서 자문위원, 송무담당관, 조정위원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판사 출신인 김은미 선능 대표변호사도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송옥렬 교수는 상법 전문가여서 공정거래법 관련 실무 경험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교수 이외의 업무에 대해서도 경험이 없다. 유학에서 돌아와 서울대 교수 임용을 기다리는 6개월가량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한 경험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러나 상법을 기반으로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에 대해 비판하는 등 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송 후보자가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상법 분야 권위자라는 점은 공정위의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는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공정위의 핵심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시장 자율·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공정위의 규제·조사 권한을 축소 또는 재편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전망은 그가 앞서 발표한 논문과 기고문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 후보자는 2014년 발표한 논문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를 통해 "내부거래 규제 근거는 경쟁제한보다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방지 등에 있다"면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유형을 분리해 통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획일적인 기업집단 내부거래 규제 등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논문을 통해 "지배가족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경영권 승계나 총수의 사익추구 문제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라고도 했다. 공정거래법 규제를 완화하되 일부 경영권 승계 목적의 일감 몰아주기는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난항 예상…임명되면 첫 법조인 공정위원장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공정위원장 지명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늦은 위원장 인선이다. 그간 법조계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후보자 지정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미 지난 5월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수장 공백기'가 길어지자 후보자를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도 돌았다. 새 정부 정책 기조가 친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공정위의 입지가 쪼그라들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에 대한 자율과 최소 규제 원칙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공정위는 이전 정부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가 내정되면서 오히려 공정위 내부에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처의 향후 추진업무에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송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권오승·정호열 전 위원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법대 교수 출신 공정위원장이 된다.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조인 중에서는 처음이다. 역대 공정위원장은 관료 출신이나 경제학 전문가가 많았다.

다만 청문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동기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지인정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공정위원장 지명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인으로 국가를 운영할 생각이냐"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안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이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