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영준 "'우리들의 블루스'…배우, 시청자로서도 귀한 작품"
2022-07-02 07:00
시청자들에게 '인생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우리들의 블루스' 중에서도 '영주와 현' '인권과 호식' 편은 단연 인기였다. 미성년자 아이들의 임신과 그들의 가족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배우 최영준이 있었다. 2002년 가수 세븐데이즈로 데뷔, 2006년 뮤지컬 '마리'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뮤지컬 '루나틱' '형제는 용감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으로 입지를 다졌다. 2020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2021년 '빈센조',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를 연이어 히트시킨 그는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아주경제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종영 후 최영준과 만나 인터뷰했다. 이 세상 아버지들을, 딸들을 울린 최영준은 이제야 조금씩 '우리들의 블루스'와 '호식'을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끝나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 없어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지만 넷플릭스로 꼭 두 번씩은 다시 보았죠. (시청자로서) 제 '최애'(최고로 애정 하는)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였는데 바뀌었어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참여한 사람으로서, 시청자로서 정말 귀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호식'이가 제 본체에 더 가까워요. 무대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던 건 '호식'처럼 수더분한 역할이었어요. 한 꺼풀 벗어놓고 나니 (캐릭터에) 접근하기도, 연기하기도 좋았죠. 양복 입은 신사적인 캐릭터는 아무래도 불편한 데가 있거든요. 하하하. '호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지를 보여 드린 거 같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호식'의 격한 감정 신들은 모두 일주일 안에 벌어진 거라. 하하하. 내내 괴롭고, 답답한 상태로 지내야 했는데 그게 참 힘들긴 하더라고요. 남의 일을 마치 내 일처럼 괴로워하는 건 배우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괴로워도, 행복해도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게 힘들긴 해도 참 좋더라고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멋진 일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호식'에 관해 여러 가지 분석을 했어요. 작가님께 제가 이해한 '호식'을 설명하다가 '딸 바보'라고 소개했는데 바로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너무 받아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영주'를 '여자로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녀 관계지만 사랑하는 여자처럼 대하라고요. (관계를) 다 걷어내고 나면 오직 사랑만 남는다면서요. 낯설고 생소했지만, 그 시각에 따라 연기했어요. 제가 헤맬 때면 납득이 갈 때까지 설명해주시니 다른 해석들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운동장 신을 참 좋아하는데요. (작가의 설명 때문에) 그 감정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그 마음으로 대했던 거죠."
노희경 작가의 글은 힘이 세다. 최영준은 노 작가의 글과 그의 언어에서 다른 시선과 시야를 가지게 됐다.
"노 작가님의 대본은 마치 소설 같아요. 문학이죠. 시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해서 대본 자체가 재밌어요. 대본이 아주 섬세한데 지문을 읽는 매뉴얼이 따로 있을 정도예요. '슬프지만, 담담히 눈물을 참아가며 꿋꿋하게'라는 지문이 있다면 각각 대사에 대입해 문장과 감정을 맞추는 식이에요. 세밀한 작업이죠. 이렇게 디테일한데도 막상 대사는 '너희 마음대로 해'라고 하세요. 주옥같은 말을 써놓고 마음대로 하라니! 워낙 인물 감정선이 섬세하고 단단해서 대사는 우리 감정에 맡기시는 거 같아요."
"애드리브가 아니었어요. 실제 지문에도 '선풍기는 속절없이 고개를 떨군다. 호식의 마음도 모르고'라고 쓰여 있어요.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이 낚싯줄을 연결해 딱 맞는 타이밍에 떨어트리곤 했죠. 저도 그 장면을 찍고 주변에서 '어떻게 한 거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연기 참 잘한다'면서. 하하하. 작가님과 감독님이 만들어낸 장면이에요."
극 중 철천지원수로 등장했던 '인권'에 대한 애정도 거리낌 없었다. 최영준은 동갑내기 친구 박지환에 대해 말할 때면 즐거운 듯 웃곤 했다.
"저는 지환이를 '내 사랑'이라고 불러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인간적으로 정말 가까워졌어요. 지환이가 처음 대본 리딩을 하고 제가 꼭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돌아가는 길에 매니저에게 '최영준이 이 드라마를 하면 나도 꼭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대요. 저도 딱 그랬거든요! 처음부터 싸우는 연기를 했는데도 돌아서고 나니 참 좋았어요. 함께라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박지환에 대한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박지환에 대해 "순수하게 대본을 보고 오로지 작품만을 위해 사는 친구"라고 소개하며 자신과 다른 점들이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저는 연기를 늦게 시작했어요. 가수 활동을 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뒤라 연기에 대한 낭만을 가질 새가 없었어요. 제겐 늘 전투였거든요. 10년을 싸우듯이 연기해왔어요. 다 이겨야만 내 자리가 생기니까요. 연기가 재밌고, 낭만을 가지기에 너무 팍팍했던 거죠. 그런데 지환이를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좋은 연기자 선배이자, 친구가 생겨서 행복해요. 평생 함께 잘 지내고 싶어요."
"어머니께서 '넌 뭘 해도 참 짠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제 매력일까요? 하하하. 아직 저의 시그니처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어요. 저도 궁금해요. 배우로서 저의 매력이 무엇인지요."
그는 지금의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너무 떠 있지 않으려고요. '우리들의 블루스'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중요하죠. 연기 활동을 한두 해만 할 게 아니니까요. 평생 하려고 하는 일이니 하던 대로 꾸준하게 열심히 할 거예요.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면서 다음을 단단하게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