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1800억 CB 중도상환…주식전환권 미행사에 HMM 주목

2022-07-01 14:17

아시아나항공 A350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전환사채(CB) 일부 물량을 중도상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당 CB의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주식 전환권 미행사와 별개로 HMM의 주식 전환권 행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아 정책금융기관의 수익 극대화 논란은 여전히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6월 3000억원 규모의 CB(제97회) 발행으로 빌린 자금 60%(1800억원)를 산은과 수은에 중도상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중도상환일로부터 5영업일까지 사전통지를 마칠 방침이며, 이에 따라 다음주쯤 1800억원의 중도상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중도상환은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해당 CB는 발행 2년이 지나면 금리를 올리는 ‘스텝업(Step-up)’ 조항을 적용받는다. 18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발행한 CB로 1750억원을 끌어왔으며, 자체 50억원을 더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면 기존 연 7.2% 금리에 2.5% 금리가 추가로 붙는다. 여기에 지난 2년 동안 국고채 금리 상승분도 적용받아 합산 금리는 10% 이상이 될 수 있다. 전날 국고채 금리는 연 3.502%로 마감한 바 있다. 최근 2년물 국고채 금리는 3%를 넘어서 지난해 3월 10일 첫 발행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CB 중도상환을 두고 산은과 수은은 주식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두 국책은행이 대한항공의 중도상환 CB 3000억원 전액에 대해 주식 전환을 단행한 바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전환 행사에 무게를 실었다. 두 국책은행의 주식전환권 행사는 경영정상화 이익공유를 배경으로 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주식 전환권 행사가 국책은행의 권리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발행 주식 규모가 크게 증가해 소액주주 등 기존 투자자의 주식 가치가 훼손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CB 주식 전환이 재매각이라는 근본적 목적을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기업 가치가 변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금융기관이 보유한 지분만 늘어난다면, 지나친 몸값 부풀기에 원매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CB 주식 전환 유무에 따라 HMM의 CB에도 시장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HMM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한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2조6800억원 규모다. HMM은 2016~2020년까지 산은과 해진공을 대상으로 3조5800억원(CB 2조9800억원, BW 60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산은은 지난해 6월 3000억원 규모의 CB를 6000만주(주당 5000원)로 전환했으며, 한국해양진흥공사도 그해 10월 1억4364만7009주(주당 5000원)를 주식 전환했다. 당시 HMM CB의 주식 전환을 두고 HMM 주식은 실적과 반비례한 주가를 형성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방문규 전 수출입은행장(현 국무조정실장)은 국정감사를 통해 대한항공 CB의 주식 전환에 대한 질의를 받고 “국책은행은 수익률을 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CB 전환으로 얻은 주식 평가차액과 그에 따른 배당금을 성과라 보며 “이익 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시각을 달리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HMM CB가 주가 상승을 억누른 측면이 많았다”라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주식 전환 미행사가 정책금융기관의 노선 변화를 보여주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