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원전 세일즈] 윤석열·이창양, 원전 수주 팔 걷어붙였다
2022-06-29 18:00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발전소(원전) 세일즈가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에서 우리나라가 원전 수주전에 뛰어든 체코·폴란드와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는다. 원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요 원전 수출국을 직접 찾아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尹 대통령, 체코·폴란드와 정상회담…"원전 수주 총력"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대(對)유럽 경제외교를 본격화한다.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원전이 없는 폴란드는 지난해 신규 원전 건설 내용이 담긴 '2040 국가에너지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폴란드는 2043년까지 총 40조원을 들여 원전 6기를 건립할 계획이다. 첫 원전은 발트해 연안 자르노비에츠 지역에 건립하고, 2033년부터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폴란드의 원전 건설 주무 부처인 기후환경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수주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제2차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4개국 협력기구) 정상회의를 마친 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단독회담을 하며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30일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체코 역시 원전 건립을 추진 중인 나라다. 체코 정부는 남부 지역인 두코바니에 8조원을 들여 1200메가와트(㎿) 이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짓는다. 체코전력공사는 오는 2024년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9년 착공한 뒤 2036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원전 수출 후보국으로 꼽히는 영국·루마니아·네덜란드 등과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푸에르타아메리카호텔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수출 주력 사업에 대한 정상급 세일즈외교(경제외교)의 시작"이라고 이번 순방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세일즈외교는) 원전과 방위산업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폴란드·체코 등 원전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루마니아·네덜란드 등 최근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한 수출 후보국과도 우호적인 협력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장관, 체코·폴란드 직접 찾아 세일즈
이 장관은 첫 해외 출장지로 체코와 폴란드를 택해 원전 세일즈를 벌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체코 현지에서 체코의 요젭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과 밀로쉬 비스트르칠 상원의장 등을 잇달아 만나 원전을 비롯한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시켈라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체코의 원전 입찰 초청에 대한 감사와 함께 한국의 우수한 원전 사업 역량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한국 신정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원전 사업은 10년 이상 건설, 60년 이상 운영하는 장기 프로젝트로서 경제성·공기준수·안전성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파트너는 한국"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사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UAE 수도 아부다비 인근에 있는 바라카 지역 원전 건설 사업을 따냈다. 바라카 원전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저녁 '한국원전과 첨단산업의 밤'을 열어 양국 원전산업계 협력 강화에도 나섰다. 행사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체코 산업부 차관, 양국 원전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29일엔 카렐 하블리첵 체코 하원 부의장을 만나 현지 원전 사업 참여 의지와 한국 원전 우수성 등을 설명했다.
체코 방문에는 방위사업청·한수원·한전기술·한전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 원전 관련 '팀코리아'가 총출동해 한국의 수출 의지를 보여줬다.
이 장관은 다음 날인 30일엔 폴란드로 이동한다. 폴란드에는 7월 1일까지 1박 2일간 머무르며 현지 기후환경부 장관과 경제개발기술부 장관 등 산업·에너지 분야 고위급 인사와 양자면담을 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체코와 폴란드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들 국가와 원전 협력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도 노린다…'윤핵관' 권성동 특사로 파견
여당도 원전 수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경축특사단' 단장 자격으로 28일 저녁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의 3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보다 더 큰 목적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해외 원전 사업 수주에 있다. 권 원내대표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핵심 측근이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3월 원전 사업 재개를 국가 에너지 정책에 포함했다. 필리핀은 1976년 바탄 지역에서 웨스팅하우스 주도로 원전 건설에 들어갔지만,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여파로 1984년 공사를 멈췄다. 이후 1986년 우크라이나(당시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이 발생하자 같은 해 건설을 완전히 중단했다.
마르코스 당선인도 원전 가동에 긍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협력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마르코스 당선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김인철 주필리핀한국대사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 원전을 가동할지 아니면 새로 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한국 측 자문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출국 당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은 폐쇄 원전 재가동과 새 원전 건설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술과 자본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