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500여채 갭투자' 50대 구속기소...대한민국 '전세사기 주의보'

2022-06-26 16:41

지난 5월 25일 서울 한 빌라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갭투자'로 빌라 500여채를 사들인 뒤 전세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 세 모녀 가운데 모친이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전·월세 가격 급등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빌라 전세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김우 부장검사)는 사기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어머니 김모(57)씨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2017년부터 두 딸(33·30)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하고 분양 대금보다 비싼 전세 보증금을 받았다.

이후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서 갭투자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깡통 전세'를 발생시킨 것이다.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피해자 50여명과 피해금액 약 110억원을 특정해 수사한 뒤 지난 1월 김씨 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자체 수사를 통해 피해자 30여명, 피해금액 70여억원을 추가로 확인한 뒤 그를 구속했다.
 
◆ 전세 사기, 3년 사이 8배 증가
집값 상승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6억원)보다 약 30% 급증했다. 이는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세입자만 조사한 것으로,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집계가 시작된 전세금 보증 사고 액수는 2018년부터 폭증했다. 2017년 74억원에서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3년 사이 8배로 는 것이다. 같은 기간 보증 가입 금액이 19조367억원에서 51조5508억원으로 170% 늘어나긴 했지만 사고 금액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전세 사기는 특히 신축 빌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건축주가 임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후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 집주인'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만약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다른 세입자를 구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기 전세금이 너무 높은 탓에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집주인 세금 체납 등을 이유로 압류라도 되면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 지급명령, 소송 등 전세 사기 피하는 방법은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해주지 않으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건축물대장·등기사항증명서·전입세대열람내역서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문서 검토도 필수적이다.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부동산 소유자 정보가 계약자인 임대인과 동일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불법 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전입세대열람내역서를 기반으로 또 다른 임차인 유무와 이중계약 여부 및 보증금 총액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 기간이 만료됐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 반환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