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형오 "靑 이전 처음 공론화···MB·박근혜 때 두 차례 제안했다"

2022-06-24 00:00
[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4>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교만의 끝에는 파멸이 온다"며 '칠종칠금(七從七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2008년 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있을 때부터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주장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국회도서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청와대에 들어앉는 순간 대통령이 권위적으로 돼 버린다. 국민과 마음의 거리가 확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 때도 첫날 기조강연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집무실 이전을) 말했다"며 "여기에 대해 늘 생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시대도 벌써 두 달째다. 대통령이 어느 한 곳에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것이 점차 낯설지 않게 됐다.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는 전날 100만번째 관람객을 맞으며 일대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런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대국민 홍보와 설득 작업을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큰 가르침이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전 순서·방식이 서툴렀던 탓에 윤 대통령은 용산 시대를 열고서도 큰 박수를 못 받았다. 뒤늦게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문을 열자 국민들이 잘했다고 박수를 쳤다"고 부연했다.

그는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일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박수를 안 치면 대통령을 둘러싼 정책 담당자들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할 수는 없지 않나. 참모가 영리하고 지혜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칠종칠금(七從七禁)'의 자세를 당부했다. 칠종은 '반드시 해야 할 일곱 가지'를, 칠금은 '하지 말아야 할 일곱 가지'를 뜻한다.

김 전 의장은 "칠금 중 하나로 특히 교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초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말로가 평탄하지 않았던 전임 대통령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교만의 끝에는 파멸이 온다"며 "조금 늦더라도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