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어느 국숫집 사장님의 눈물

2022-06-23 10:23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와 물가 인상으로 버티기도 힘든데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 정말 저희는 다 죽습니다. 저는 그저 수많은 직업 중 자영업을 택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겠습니다. 우리를 제발 이용만 하지 말고 (최저임금) 인상을 멈춰주세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진행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소상공인이 외친 눈물 섞인 절규다.

경남 김해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이자 소상공인이라 소개한 그는 “지난 5년간 최저임금과 공과금 인상, 물가 폭등 등으로 이미 사채까지 당겨쓰며 갈 때까지 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린다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영웅이자, 슈퍼맨인 아빠가 될 수 없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간곡히 호소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제4차 전원회의에 맞춰 진행된 행사에서는 국숫집 사장님 외에도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내년 최저임금 동결’과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미 최저임금 수준이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상승해 이번만은 ‘단 1원의 인상도 허용할 수 없다’고 강한 의지를 표했다.

특히 업종별 상황이나 물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낡은 최저임금제도를 뿌리 뽑고, 업종별 차등 적용을 끌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높이면서 인건비 부담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 폭등으로 소상공인들은 절벽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상공인 1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현 수준보다 낮춰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4.7%는 올해 최저임금과 관련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에 관해서는 응답자의 86.2%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상공인들의 간곡한 외침이 또다시 부질없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표결 끝에 결국 부결됐고,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이라는 현실성 없는 금액을 제안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면 오히려 물가를 더 자극해 노동자와 자영업자 모두가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더 이상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이번만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 있는 임금 정책을 펼쳐 이들의 설움과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