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유럽 출장 직후 사장단회의…"기술 리더십 확보해 신시장 개척"

2022-06-20 15:42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 참석…글로벌전략회의 앞서 인식 공유

삼성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 약 이틀 만이다. 사실상 처음으로 전자 관계사 사장단만 모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삼성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오전 7시 30분부터 8시간 넘게 이른바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라며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사장단회의는 21일부터 열리는 사업부별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모든 임직원과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개최됐다. 사장단은 준비된 기업만이 현실을 직시하고, 빠르게 적응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장단은 차세대 기술 개발 관련 논의에 주력했다. 지난 18일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이례적으로 ‘기술’을 세 차례나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현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며 미래를 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각 관계사는 이날 토의 결과를 바탕으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한다.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해 실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장단회의가 인력개발원에서 열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인력개발원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인재제일’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여기서 사장단회의가 개최된 것은 초일류 도약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핵심이며 새롭게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력개발원 사장단회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던 삼성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창업의 각오로 변화하고 도전해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자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과의 상생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 생태계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하고, 투자와 우수한 인재 확보 및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을 통한 미래 준비를 강조해온 만큼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혁신과 미래 먹거리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뉴 삼성’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