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빗장 풀리나] 실거주의무,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 규제완화 군불 때는 정부

2022-06-17 18:00
대출완화, 분상제 개편...윤석열 정부, 시장 요구 대부분 'YES'
전문가 "금리인상기, 집값 하락 추세 강화...일관된 정책 추진"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섣부른 부동산 규제 완화는 없다'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전입 요건과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 실거주 의무조건을 완화한 데 이어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일부 지역을 규제 대상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세종·대구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근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금리 인상으로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서히 규제 완화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LTV 상향·실거주의무 완화·분상제 개편...시장 요구 대부분 수용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는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지원한다. 우대 LTV 적용 시 부여되던 현행 4억원 대출한도는 6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 상한은 40%, 조정대상지역의 LTV 상한은 50%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집값이 9억원(조정대상지역은 8억원)을 넘거나 부부합산소득이 1억원을 넘으면 생애 최초 구입자라도 LTV 우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6억원 한도 내에서 지역, 집값, 소득에 관계없이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 이내여야 한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확대(3단계) 적용된다. 연소득 범위 내로 제한된 신용대출 한도 규제도 7월 1일부터 폐지되며, DSR 적용 예외 상황의 대출한도도 3분기 중 확대키로 했다.
 
실거주의무도 완화된다. 이달 발표할 전월세 대책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전입 요건과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현재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6개월 안에 해당 주택에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이 회수된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의 80% 미만이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간 계약자가 무조건 실입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전입 시점은 2년 등으로 연장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의무거주 시점도 '최초 입주일'에서 '매도 전'까지만 하면 되도록 기준을 낮춘다.
 
분양가도 시장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보다 현실화된다. 현재 건설업계, 재건축조합 등은 과도한 분양가상한제로 분양을 미루거나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심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도심 신규 주택 공급이 지연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에는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용 대부분을 분양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담긴다. 앞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 이주비·사업비 금융이자 등 가산비는 분양가에 포함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가 제때 반영될 수 있도록 기본형 건축비 정기·수시고시 방식도 손질한다.

이 밖에 건설업계가 분양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해 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김포·파주·대구 등 규제지역 해제되나
 
이달 말 개최되는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통해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정권을 잡은 만큼 최소 2~3곳의 규제지역을 풀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전국에서 조정대상지역은 112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이다. 제주도와 강원도를 빼고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인 셈이다. 대출, 청약, 세금에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정량적으로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이 밖에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거래량, 집값 과열 우려 등도 고려되는데 최근 주택시장이 안정세에 진입한 데다 일부 지역의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해제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많다.
 
미분양 물량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대구를 비롯해 경기도 김포, 파주, 동두천 등 일부 지역과 대전, 천안, 순천, 광양 등이 규제지역 해제 1순위로 꼽힌다.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세종과 인천 등도 규제 해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3%대 저금리였던 작년과 달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까지 올랐고, 대출규제도 강화된 상황이어서 지금은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낮다"며 "해운대를 제외한 부산 지역과 대구 전 지역, 청주, 전주 등은 부동산 열기가 꺾인 만큼 조정지역에서 해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금리인상기 진입, 변죽 조치로는 기대효과 어려워...빠르고, 강하게 추진해야"
 
전문가들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의 빠른 부동산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개된 LTV 상향 및 실거주의무 완화 등은 변죽 조치에 불과해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LTV 상한을 완화하고, DSR 산정 시 장래소득을 반영하는 등 '주거 사다리' 지원과 거래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수요자들의 적극성이 낮아진 상황이라 원하는 기대효과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인상 우려가 LTV 완화 등 대출규제 경감 효과를 상쇄해 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없이 규제 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이 있는 현 상황에서는 집값이 하락, 보합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추가적인 LTV 완화는 그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DSR 완화 효과는 금리인상기인 상황이어서 정부가 원하는 기대효과를 내기 어렵다. 거래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새 정부의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추진전략 토론회'를 통해 "부동산 관련 세제, 규제 완화 로드맵, 택지수급 및 공급계획 등 주택 정상화 대책을 3단계로 나눠 올해 9월과 연말,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완료해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것은 3개월 내에 풀고, 국회 협조가 필요하지만 야당도 동의하는 정책은 연내 법 개정을 마쳐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도 최대한 협의를 이끌어내 1년 안에 결론을 내야 기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