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영장기각됐지만 혐의 소명...文정부 겨냥 수사 전방위 확대될까

2022-06-16 10:49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백 전 장관의 영장 기각으로 문재인 정권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당분간 무뎌질 수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혐의가 소명(낮은 단계의 입증)된 만큼 구여권을 향한 전방위적 사정작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백 전 장관의 지위와 태도 등을 볼 때 도주 우려가 적고, 이미 객관적 증거가 많이 확보돼 증거 인멸의 우려도 낮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이번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수사 동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어도 전 정권의 권력형 비위 의혹 수사라는 방향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이번 (영장 기각 내용을 보면)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기각된 게 아니고 증거도 있다"며 "다른 걸로 기소돼 있는 상태인데, 도주하지 않아 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걸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검찰이 구여권 인사 의혹 등에 따른 윗선 연루 가능성에 대한 수사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이번 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는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백 전 장관 영장 기각 직전까지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윗선을 향해 가는 흐름을 보였다.

검찰은 박 의원이 청와대와 백 전 장관의 산업부 간 '연결 고리'였다고 판단, 그와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실제 산업부와 산하 기관에서 확보한 이메일 등 압수물에서 박 의원이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에 가담한 정황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의 영장 기각으로 박 의원 조사 일정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이어 선거개입 의혹 수사로 확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정부부처의 선거개입 의혹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 정권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는 지난달 각 부처에 공문을 보냈다. 특정 정당 소속 국회 전문위원 또는 정당 관계자로부터 20대 대선과 관련한 공약자료 제공을 요청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최근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과 김경선 전 여가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여가부 외에도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 부처로부터 회신된 공문의 내용에 따라 검찰 수사가 다른 정부 부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