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뭄] 단비 뿌렸지만 해갈 부족…대책 총동원에도 전국이 비상

2022-06-15 11:00
강수량 예년의 절반 수준…정부, 용수 확보 고심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6월 14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의 한 논이 말라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랜만에 전국 곳곳에 단비가 내렸지만, 기록적인 가뭄이 해갈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농지는 여전히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생활·공업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댐 저수량 확보를 위한 긴축운영체제 전환 등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충분한 비 외에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15일 기상청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집계된 최근 6개월 간 강수량은 167.4㎜로 평년의 48.6% 수준에 그쳤다.

특히 올 5월엔 강수량이 평년의 6% 수준인 5.8㎜로 사실상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비를 뿌려주는 저기압이 한반도에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건조한 공기가 형성돼 비가 내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적으로 가뭄 심화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은 천수답 등에 용수가 부족해 수확기인 밭작물의 피해가 예상된다. 비가 충분히 오지 않을 경우 노지 밭작물의 생육 저하로 생산량이 감소돼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운문댐 저수량 59%…정부·관계기관, 용수 공급량 관리 강화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운문댐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봄 가뭄이 심화되자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한국농어촌공사·한국수자원공사 등 주요 치수(治水) 공기업들은 비상 운영에 들어갔다.

모내기는 마무리 단계로 천수답과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업용수 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이달 4∼8일 내린 비도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밭 가뭄은 계속되고 있다. 천수답과 섬 지역, 10㎜ 내외 적은 비가 내린 중서부 지역은 여전히 급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계기관은 강우 부족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용수 공급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단 생활·공업용수는 주요 수원인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평균 저수율이 각각 평년 대비 101.0%와 73.3% 수준으로, 정상적인 용수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강우량 부족에도 선제적 관리로 생활·공업용수 공급에는 대체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경북 운문댐과 충남 보령댐, 강원 횡성댐은 '댐 용수 부족 대비 용수공급 조정기준'상 대응 단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다.

대구 등에 물을 공급하는 용수댐인 운문댐 저수량은 3820만㎥로 예년의 59.1% 수준에 그친다.

저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경북 청도와 경주의 올해 총강수량이 166.8㎜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40.6㎜의 48.9% 수준이다.

운문댐은 지난달 27일 가뭄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조정돼 하천유지용수를 68% 감축해 내보내고 있다. 이달부터 농업용수도 실사용량만큼만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운문댐에서 대구로 공급하는 물 일부를 낙동강 물로 대체하는 방안이 시행됐다.

충남에 물을 공급하는 다목적댐인 보령댐은 지난해 8월부터 가뭄 대응 단계가 '경계' 단계다. 하천유지용수를 42% 감량해 공급하는 중이며 도수로를 이용해 금강에서 물을 보충받고 있다.

보령댐과 마찬가지로 다목적댐인 횡성댐은 지난달 27일 가뭄 대응 단계가 '관심'이 되면서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하천유지용수 100% 감량은 원래 주의 단계에서 시행되는데 이번엔 선제적으로 시행됐다.

이같은 강우 부족이 지속되면 소양강·충주·밀양·주암·수어·평림댐 등 6개 댐의 가뭄 대응 단계가 추가로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옥주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가뭄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댐용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기상가뭄 7월 대부분 해소될 듯…정부 모니터링 강화
정부가 가뭄대응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충분한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최근 내린 비로 가뭄 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강수량은 전국 평균 34㎜다. 15일에도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며 강원산지 10~40㎜, 수도권·강원동해안·경상권동해안 5~20㎜ 등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정부는 8월까지는 강수량이 대체로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가뭄은 6월 하순부터 점차 완화돼 7월에는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이 9일 발표한 1개월 전망을 보면 이달 20~26일과 다음달 11~17일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각각 40%이고 평년보다 많을 확률은 20%다.

이달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이고 평년보다 많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30%와 20%이며, 내달 4~10일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이고 평년보다 많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20%와 30%다.

정부와 지자체는 혹시 모를 가뭄 심화 사태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가뭄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필요한 경우 긴급대책을 신속히 시행해 생활용수가 부족하지 않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또 홍수기(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에 들어서도 한동안은 댐 저수율 회복에 집중하고 홍수조절용량 확보를 위한 방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가뭄 장기화시 물가 추가 자극…공장 가동 중단 우려도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6월 12일 서울의 한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과 같은 가뭄이 지속되면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 여름 평년 수준을 웃도는 폭염이 예상돼 곳에 따라 충분한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농업 생산에 타격을 주고 곧바로 농산물 가격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가뭄으로 인해 밭에서 기르는 노지 작물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감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4% 올랐는데, 5월 들어 상승폭이 두 배 넘게 커졌다. 마늘 역시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뭄으로 공장 가동이 힘들어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충남 대산공산에 용수를 공급하는 인근 대호호 저수율이 30%선까지 떨어져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보통 저수율이 20%선으로 급감하면 농업용수 공급을 우선으로 하게 돼 있어 공업용수 공급이 중단될 경우 공장 가동도 중단될 수 있다.

여기에 가뭄이 지속되면 화석 연료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추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여름이라는 계절성이 원유와 전력 가격, 농산물 가격, 서비스 분야의 임금 상승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더운 날씨와 심각한 가뭄은 공급 경로 차질로 물가에 스트레스를 더할 수 있다"며 "가뭄에 따른 농업 생산 타격은 농산물 가격 불안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