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취업 인식‧고용 느는데… 여전한 '인력난' 왜?

2022-06-14 18:03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 "중소기업 취업 고려"
실제 고용 늘어… 중기 취업자 14개월 연속 증가세
현장 인력난은 여전… 대기업 인력 유출도 심각
"근로조건, 작업환경 개선해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2021 구로구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 일할 만한데··· 그래도 대기업이 더 낫다.’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중기 청년 고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취업자 중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아 여전히 인력 유지가 중소기업계의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 “중기 취업 고려”··· 실제 고용 늘어
1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청년(만 18~34세) 구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73.4%)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연령이 높을수록(30대 이상 79.4%), 근로 경험이 있을수록(82.8%) 중소기업으로 취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한 가장 큰 이유로는 ‘취업 여건을 고려해서 희망 직종에 빠른 취업이 가능함(47.4%)’이 꼽혔다. 이는 청년 구직자들이 원하는 직종에 빨리 취업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년 구직자들은 명확한 직무 정보와 채용 기준을 제시해주길 원하는 반면, 이러한 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구직자가 느끼는 구직활동 시 애로사항으로 ‘기업 정보 입수(29.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채용 과정에 대한 불만도 있다. 조사대상 청년구직자의 61.8%는 ‘서류·면접 위주의 채용 시스템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적절하다’고 응답(38.2%)한 구직자의 1.6배에 달했다.
 
부적절하다고 느낀 이유로는 ‘직무와 무관한 질문이나 미숙련 면접관이 심사하는 등 면접 방식의 불합리함(46.3%)’을 꼽았다. 이어 ‘평가 방식을 알리지 않는 등 평가방법이 불공정함(24.7%)’, ‘불합격·합격 공지 방식이 적절치 않음(14.4%)’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채용 절차 단계로는 ‘대면 면접(37.7%)’을 꼽았으며, ‘서류단계(33.6%)’, ‘필기시험(16.3%)’이 뒤를 이었다. 선택한 채용 절차와 관계없이 응답자들은 ‘회사마다 방식이 상이해서(39.3%)’ 채용 절차가 어렵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구직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1순위)으로는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33.2%)’을 꼽았다. 이어 △임금만족도(22.2%) △건강한 조직문화 및 사내 분위기(15.0%)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과 ‘건강한 조직문화 및 사내분위기’는 각각 5.3%p, 2.1%p 증가한 반면 ‘임금만족도’는 3.7%p 하락했다.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청년 구직자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고용 지표도 개선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29세 이하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353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명 증가했다. 29세 이하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여전히 인력난 호소··· 전문가 “좋은 일자리 위한 지원 늘려야”
 

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작업자가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사진=김경은 기자]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기피하는 일자리로 꼽히는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현장 인력난이 가중됐다고 평가한다.
 
건설기계정비 중소기업을 이끄는 김모 대표는 “젊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질 못해 산업 현장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데,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청년 구직자가 취업을 하더라도 경력을 쌓고 대기업으로 가는 ‘인력 유출’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등으로 인력이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외면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원모 대표는 “중소기업이 양성한 인력을 대기업에서 다 데려간다. 5~6년차 정도에 인력 유출이 아주 심각하다”며 “일자리를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만드는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청년 임금근로자 10명 중 8명은 첫 직장을 떠나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 임금근로자 가운데 직장을 옮긴 경험을 가진 경우는 75.9%에 달했다. 연구진은 대기업 등 고용 안정이 보장된 1차 노동시장이 아닌 소기업 등에 진입한 상당수 청년층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인력 유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해답이라고 진단한다. 중소기업의 근로 조건 개선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황광훈·조용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진은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지속기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 고용안정성, 근로시간 단축, 노동조합, 후생복지 등 근로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고용의 질을 개선 및 향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 사이 청년층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중소기업 청년 고용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아직까지도 중소기업은 근로조건이나 작업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수 인력을 확보 및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내일채움공제 활성화를 통해 핵심 인력의 장기 재직을 유도할 필요가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부분을 한시적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스마트 공장 확대 등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