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환대출] 한도 5000만원으로 올랐지만, 실효성 여전히 '의문표'

2022-06-13 18:00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차주별 한도를 개인 5000만원, 법인 1억원으로 각각 확정했다. 앞서 은행권과 신용보증기금 사이에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던 보증비율은 90%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출 만기는 5년이며 △2년 거치 △3년 균등분할상환으로 나뉜다.
 
개인 한도 5000만원으로 확정…보증비율은 90%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분기 내로 신보에 대한 비은행 기관의 보증위탁도 가능하도록 신용보증기금법(신보법)을 개정한다. 현행 신보법으론 은행에 대한 위탁만 가능해, 비은행의 대환대출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관련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어 3분기 중 시스템 구축 및 협약 체결에 나선다. 9월 중 시범 테스트를 거쳐 10월 초에 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1·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대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상은 신청 시점에 정상 상환 중인 3년 평균 매출액 10억원(숙박·음식·교육 보건 등)~120억원(식료품 제조· 제조업 등) 미만의 개인 또는 법인이다. 코로나로 인한 손실보상 수급자이거나, 매출 감소가 증명돼야 한다. 금융권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기업도 포함된다. 도박·사행성, 부동산 등 정책지원이 불필요한 업종은 제외된다. 국세·지방세 체납, 휴·폐업 등이 이뤄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환을 신청하려면 대출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하며, 지난달 31일 전 취급이 완료된 건에 한정된다. 대상 기간은 은행, 저축은행, 여전사, 상호금융, 보험사 등이다. △타 업권 간 대환 △동일 업권 내 대환이 모두 가능하다. 기존 금융기관에서의 자체 대환도 허용키로 했다. 다만, 비은행권 내 대환 프로그램은 기관 사정을 감안해 선택적으로 도입한다.
 
대상 채무는 기존 대출 상품 금리가 연 7% 이상이어야 하며,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총 공급 규모는 8조5000억원으로 차주당 한도는 개인 5000만원, 법인 1억원이다. 금리는 최고 상한 범위 내에서 차주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상환 기간은 총 5년이며 1~2년 차는 고정금리, 3~5년 차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 적용된다. 1~2년 차의 금리 상한선은 은행권 5.5%, 비은행권 9.0% 이내다. 3~5년 차의 기준금리로는 은행채 1년물, 금융채 1년물 등이 활용된다. 가산금리는 은행권 2.5%포인트, 비은행권 5.5%포인트 이내다. 예컨대 올해 5월 말 기준 은행채 1년물 금리인 2.659%를 적용할 경우 은행은 최대 5.159%, 비은행은 최대 8.159%로 한정된다.
 
은행과 신보 간 기싸움이 이어졌던 보증 비율은 90%로 확정됐다. 앞서 은행권은 90~100%의 보증비율을 정부에 요구했고, 금융당국과 신보는 80%를 제시해 간격이 벌어졌었다. 이번 대환 대출은 과거보다 부실률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최소 방어막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만약 1000만원의 대환대출을 한 소상공인이 이를 갚지 못할 경우 900만원은 신보가, 나머지 100만원은 은행이 부실을 떠안게 된다. 일례로 과거 대환대출상품인 ‘바꿔드림론’의 경우 대위변제율이 17.1%까지 치솟았었다.
 
보증료율(대출 총액에 대한 보증료 비율)은 연 1%가 고정 적용되며, 위탁보증수수료(신보가 수탁기관에 제공하는 비용)는 보증료의 10%다. 대환대출 상품 역시 중도상환 수수료는 없다.
 
소상공인, 사업자 대출만으론 '상황 극복' 어려워
대환대출의 개인별 한도가 5000만원까지 늘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를 지켜보는 소상공인들과 1·2금융권은 모두 저마다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실질적 ‘혜택 수요자’가 적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코로나 지원 대출 잔액(133조8000억원) 중 2금융권(3조6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이 말은 즉 정부가 이자 부담을 낮춰준다고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100명 중 3명이 채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사업자 대출 건을 더한다 해도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1금융권(7% 이상 고금리 대출)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이 역시도 효과는 한정적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애당초 7% 넘는 고금리를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연 7% 이상 은행권 대출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자영업자들은 제도 실효성을 키우려면 대상 범위를 사업자 대출 외 가계대출까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자영업자 중 다수가 1금융권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부족한 부분을 2금융권 신용대출로 메우는 식으로 대출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보단 차라리 ‘조건부 감면’ 등을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전후로 납세 기록 등을 비교해 소득이 급감한 소상공인을 선별한 뒤, 계속 영업·고용 유지를 전제로 ‘조건부 감면’을 실시하는 식이다.
 
은행·저축은행도 수익성 우려 커져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의 표정도 좋지 못하다. 은행의 경우 보증비율이 90%로 확정되며 최악의 상황(80% 경우)은 피했지만, 여전히 ‘이자차이(이차)’에 대한 부담은 쌓여 있다.
 
당초 은행은 연 13~14%대 금리로 돈을 빌린 소상공인이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3%포인트가량의 이차 보전을 받고, 나머지는 정부 보증 등을 통해 상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종 추경안에서 이차 보전안이 제외되면서, 연 3% 수준의 이자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전체 공급 규모(8조5000억원)에 환산해 대입하면 연간 2550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도 상황이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로 그간 연체가 없던 우량 차주들의 1금융권 ‘대거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익성은 자연스레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외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등으로 우량 고객을 상위 금융기관에 뺏길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고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키우고 있지만, 부실 우려가 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