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빅3 인사] 행시 36회가 점령? 차관보 이형일, 세제실장 고광효 유력

2022-06-10 11:00
차관보·예산실장·세제실장 행시 36회 가능성
'실세' 추경호 부총리 등장에 인사 적체 완화


기획재정부 주요 보직으로 꼽히는 차관보와 예산실장, 세제실장 자리에 행정고시 36회 동기들이 나란히 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는 1급 간부들이 잇따라 외청장으로 적을 옮기면서 생긴 공석이다.

'실세 장관'이 오면서 그간 적체를 겪었던 인사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이후 높아진 기재부 위상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관보·세제실장 인사 검증 중…유력 후보 모두 행시 36회

(사진 왼쪽부터)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 이형일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 [사진=기획재정부]

기재부는 지난 7일 예산실장에 김완섭 예산총괄심의관을 임명했다. 최상대 전 예산실장이 기재부 2차관으로 임명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행정고시 36회 출신인 김완섭 신임 실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정보예산과장, 노동환경예산과장, 예산기준과장 등 예산 분야 주요 직책을 수행한 '예산통'으로 분류된다.

예산심의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일찌감치 예산실장 인사가 결정됐지만 대부분의 1급 인사는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주요 관심사는 단연 차관보와 세제실장 인사다.

한훈 차관보가 지난달 윤석열 정부의 첫 통계청장으로 임명되면서 한 달 동안 차관보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관보 후보로는 이형일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거론되고 있다.

1971년생인 이형일 전 비서관은 행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 전 비서관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2월부터 기재부 차관보로 근무하다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옮긴 뒤 최근 기재부로 복귀했다.

윤태식 전 세제실장이 신임 관세청장으로 이동하면서 후임으로는 고광효 조세총괄정책관이 유력하다. 세제실 수석 국장인 조세총괄정책관이 세제실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66년생인 고 정책관 역시 김완섭 예산실장, 이형일 전 비서관과 같이 행시 36회다.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부 조세분석과장, 국제조사협력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 법인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등을 역임했다. 국제조세, 조세정책, 국세행정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기재부 독주 계속…윤석열 정부 요직 속속 입성

(사진 왼쪽부터)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한훈 통계청장. [사진=각 기관]

대규모 주요 1급 인사가 대기 중인 데는 기재부 출신 인사가 대거 외청장 등으로 자리를 옮긴 덕분이다.

관세청장, 조달청장, 통계청장 자리엔 모두 기재부 현직 1급이 승진 이동했다. 지난달 윤태식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에, 이종욱 기획조정실장이 조달청장에, 한훈 차관보가 통계청장에 임명됐다. 

기재부의 4개 외청 가운데 3개 청장 자리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기재부 외청장 자리이긴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첫 인사에서 전 정부 1급들이 모두 등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통계청장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건 2011년 우기종 청장 이후 11년 만이고, 조달청장에 기재부 출신이 온 건 2018년 정무경 청장 이후 4년 만이다.

기재부 독주는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경제 핵심라인을 쥐고 있다.

차관급 인사에서는 기재부 재정관리관을 지낸 조규홍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가 보건복지부 1차관에 임명됐다. 최상목 경제수석과 방기선·최상대 기재부 1·2차관도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 7일 결정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기재부 출신 경제전문가다. 당초 국무조정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기재부 출신이다.

새 정부 들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풀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1급 이상 인사가 적체되면서 줄줄이 승진이 늦어진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윤 대통령의 실력 위주 인사와 함께 실세 부총리 덕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경제관료 출신인 추 부총리가 업무능력은 물론 재선 국회의원으로 정무적 역량까지 갖춘 만큼 기재부 내부에서는 8년 전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6월 말~7월 초 1급 인사 마무리…추경호 "과감한 기수파괴 인사 도입"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고시기수와 입사순서 중심 인사관행을 개선하고 과감한 기수파괴 인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기획재정부]

기재부는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하고 후속 인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급 임명엔 청와대 인사검증이 필요한데 타 부처까지 인사가 몰리며 검증이 끝나는 데까지 최대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 부총리가 능력 위주의 인사를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는 지난달 23일 열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고시기수와 입사순서 중심 인사관행을 개선하고 과감한 기수파괴 인사를 도입하겠다"며 "사무관 등 실국 간 전보제한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조정하는 등 자주 제기되는 인사애로 완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 잘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기본자세임을 강조하며 향후 인사운영 방향도 공유했다. 

인사가 마무리되면 추경호호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현재 우리 경제 안팎에 과제가 산적해 있어 앞으로 기재부의 능력이 검증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우선 금융·외환시장 불안 속에 고물가와 성장 동력 저하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연착륙을 이끌어내야 한다. 최근 급증한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한 경계와 안정적 관리도 숙제다.

추 부총리의 정무적 역할도 중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국회와 큰 마찰 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