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성장 현실화] OECD도 2.7% 전망…먹구름 낀 하반기 경제

2022-06-08 18:00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지속 우려

지난 5월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가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대내외 악재로 한국의 하반기 경제도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와 무역수지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2% 후반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OECD,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0.3%포인트 하향 조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춘 2.7%로 전망했다. OECD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조정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성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는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3.0%에서 2.7%로, KDI는 3.0%에서 2.8%로 각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3.0%에서 2.5%로 내렸다.

정부도 이달 중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으로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 4%대 기록할 듯…6~7월 6% 가능성도

7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유가·곡물가격 급등 등 정부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물가는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탓이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3.6%, 2월 3.7%에서 3월 4.1%로 뛰어오르며 4%선을 돌파했다. 4월에는 4.8%로 상승폭을 더 키웠고, 5월에는 5.4%로 5%선마저 넘어섰다.

5월까지의 전년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벌써 4.3%다. 남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지 않는 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게다가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6월이나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새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4%대 초중반 수치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기관들도 속속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OECD는 이날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8%로 대폭 올려잡았다. 기존 전망치인 2.1%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도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각각 4.0%, 4.5%로 높였다.
 
수출액 역대 최고 실적인데 무역수지는 또 적자
무역수지도 2008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과 맞물려 무역수지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적자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4년 만에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불안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지난달 수출액은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61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3% 늘었다. 19개월 연속 증가세이자 역대 5월 중 최고 실적이다.

그러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많이 늘어나면서 두 달째 적자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달 수입액은 1년 전보다 32% 늘어난 63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17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 속도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 국제수지동향에 따르면 2008년 경제위기 당시 1~5월 무역수지는 누적 63억4000만 달러 적자였지만, 올해(1~5월)는 벌써 78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100억 달러 적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간 기준으로도 14년 만에 역대 최대 수준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이 2000년 이후 연간 무역적자를 낸 것 역시 2008년(133억 달러)이 마지막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 환경은 코로나 발발 이전보다 더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 수출도 더 심각한 부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안정 기업에 세제·금융 지원…관련 3법 제·개정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정부는 재정·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를 명문화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는 기업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민간의 공급망 안정 노력에 대해 정부가 재정·세제·금융·규제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는 '공급망 관련 3법' 제·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의 근거가 되는 소부장특별법을 개정하고, 추가로 필요한 내용을 담아 공급망관리기본법·자원안보특별법(가칭) 등 법안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관리 방안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책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상시화한 만큼 관련 지원책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안팎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며 "정확한 입법 시점은 못 박을 수 없으나 적어도 연내에는 법안 제·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공급망 안정은 민간 노력과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야 하는 긴밀한 협력 분야"라며 "정부는 경제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