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전 사각지대] 소상공인들 "매출 찔끔 늘어 손실보전금 제외… 대상 확대하라"
2022-06-09 17:35
손실보전금 사각지대 소상공인들, 정부청사 앞 집회
"방역지원금은 받았는데… 손실보전금은 왜 못 받나"
"매출 비교 구간 엉망진창… 작년 개업인데 비교 무리"
"방역지원금은 받았는데… 손실보전금은 왜 못 받나"
"매출 비교 구간 엉망진창… 작년 개업인데 비교 무리"
“매출 감소 상관없이 600만원 지급하라” “손실보전 공약 이행하라”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매출이 조금이라도 늘었거나, 정부가 정한 기준일 이전에 폐업했다는 이유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돼 억울하다며 지원 범위 확대를 촉구했다.
“1‧2차 방역지원금 받고 손실보전금 못 받아… 동일 적용해야”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연합’은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손실보전금 지급 기준 확대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소상공인 30여명이 모여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데 따른 저마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은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대출로 겨우 버텨왔지만 국가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해 손실보전금 대상에서 배제됐다”며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자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정책 시행 전날까지 1‧2차 방역지원금 지급 대상자는 매출 증감 여부와 관계 없이 피해업종에 600만원 지급을 약속했으나 정책 시행 당일 이해할 수 없는 지급대상 구간을 만들었다”며 “엄연한 공약파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손실보전금 지급기준을 1‧2차 방역지원금 지급기준과 동일하게 변경 △폐업 기준일 조항 삭제 △소급적용 시행 등이다.
연합 측은 “1‧2차 방역지원금 기지급 업체는 이미 코로나19 시기 매출감소 및 피해규모를 인정받은 업체”라며 “정부가 손실보전금을 3차 방역지원금 성격으로 지급한다고 약속한 만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방역지원금의 경우 2019년 또는 2020년 동기 대비 2021년 11월 또는 12월 매출액이 감소한 경우에 지원했다. 여기에 버팀목자금플러스 또는 희망회복자금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손실보전금은 매출 감소 기준을 세분화하면서 지급 대상이 달라지게 됐다.
“매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사정 고려 안해… 지급 기준 공정한가”
집회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은 매출 비교 구간과 폐업 기준일 등 정부가 지정한 기준으로 인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실보전금은 연간 또는 반기별 부가세 신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출 감소 여부를 판단한다. 2019년 대비 2020년 또는 2021년, 2020년 대비 2021년을 비교한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은 “단돈 1만원이라도 매출이 증가하면 미지급 대상이 된다”며 “매출 비교 구간을 엉망진창으로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창업해 비교 구간이 상대적으로 짧거나, 업종 변경 등으로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군포에서 그래픽공방을 운영하는 김보연 씨는 “2020년 11월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 교육을 받으며 의무적으로 사업자를 먼저 냈다. 가게 임대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2021년 5월”이라며 “2020년 교육 기간에 온라인을 통해 3만3000원의 매출이 나왔다는 이유로 (정부는)이듬해 매출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너무 답답하고 절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포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는 장홍래 씨는 “기존에 1톤짜리 트럭을 몰다 2020년 11월부터 5톤으로 변경했다. 짐을 나르는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운송료가 증가하며 매출이 늘었다”며 “이 같은 차이나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급 기준을 정한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 휴대폰 도소매업을 하는 김효신 씨는 “2020년 7월에 개업한 뒤 정부 허가를 받아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그해 영업 기간은 고작 4개월”이라며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하반기를 비교하면 매출이 늘 수밖에 없다. 이런 기준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경남 통영에서 원목 소품점을 운영하는 오용덕씨는 “지난해 8월 개업한 뒤 9~11월 평균 매출액이 88만8000원을 기록했다”며 “그런데 비교 구간인 12월 매출이 100만4000원으로 11만6000원 올랐다는 이유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게 과연 과학적이고 공정한 지급 기준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날 정부과천청사뿐 아니라 부산, 광주 등 각 지역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앞에서도 소상공인들이 시위를 이어갔다. 소상공인들은 ‘손실보전금 지급 기준 형평성 문제 심각하다’, ‘역차별 조장하는 지급기준 조속히 정정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실보전금 지급 기준 바뀔까… 이영 장관 “추후 검토”
이처럼 손실보전금 사각지대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서 지급 기준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손실보전금 재원을 확보했으나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행 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로서는 무분별한 지급을 막기 위해 별도의 기준 마련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지급 대상 확대 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상점가를 찾아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손실보전금 집행 현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이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 확대 가능성에 대해 묻자 “차후에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 손실보전금을 지급한 지 5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달 13일부터는 확인 지급이 시작되고, 8월에는 이의제기 절차가 남아 있다”며 “현재로서는 손실보전금을 계획대로 지급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공동대표 운영 등 별도의 서류 확인이 필요한 사업체와 연매출 50억원 이하 중기업 등 23만곳에 대해 다음 달 13일부터 확인지급을 시작한다. 오는 8월 중에는 확인지급 결과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이의신청 절차를 실시한다. 중기부는 확인지급 및 이의신청 단계에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손실보전금 신속지급을 받지 못한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며 “오는 13일부터 확인지급과 이후 이의신청까지 절차가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