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 브리핑] 김정은 핵 실험 위협에 美, '죽음의 백조' B-1B 전폭기 4대 괌기지 배치

2022-06-08 07:00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재개방...영변 핵단지 원자로 가동 징후 포착
韓·美 핵연합훈련, 美·日 B-1B·F-22A 맞불
日, 오키나와에 F-22A·F-35B 등 美스텔스 전투기 22대 추가
中‧俄 "제재일변도 도움안돼"...北 핵실험 제재 요원

지난달 7일 촬영한 북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위성사진 [사진=연합뉴스]


2018년 북한이 폐쇄를 선언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하나가 재개방된 징후가 관찰됐다. 북한 핵무기 개발 요충지인 영변 핵단지에서는 원자로 가동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 국무부는 조만간 북한에서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8일 국방부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임박 관련 대응을 묻는 아주경제에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시설과 지역에 대해 면밀히 추적·감시 중이고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실험 징후가 포착된 만큼) 북한이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과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5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한·미·중·러·영 등 국제 기자단이 참관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폭파를 지시했던 갱도는 2, 3, 4번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3월 24일 4년여 만에 모라토리엄(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유예) 선언을 하며, 3번 갱도 복구에 나섰다. 특히 3번 갱도를 단기간에 복구하기 위해 갱도 내부로 가는 통로를 새로 굴착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영변 주변에서도 2021년 4월 이후 공사가 진행 중이던 건물 한 개 동이 완공됐다. 인접한 건물 두 곳에서는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3일 외교부 청사에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함께 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한국, 일본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모든 상황에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장단기적으로 적절히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하고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력과 억제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韓·美 '핵 연합훈련' 맞대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게 됐다. 북한 7차 핵실험이 이달 중 실시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유엔 군축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협상 포럼이다. 24주간의 회기 동안 △핵 군축 △핵분열물질 생산금지 △외기권 군비경쟁 방지 △소극적 안전보장 등을 논의한다. 의장국은 65개 회원국 가운데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년 6개국이 4주씩 돌아가면서 맡는다. 올해는 중국, 콜롬비아, 쿠바, 북한, 콩고민주공화국, 에콰도르 순이다.
 
한·미는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 지위를 악용한 북한 핵실험 강행 움직임과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무력 도발을 지속하자 지난 2일 4년 7개월 만에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미 레이건함은 길이 333m, 폭 77m에 높이 63m 규모로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축구장 3개 넓이 비행갑판에 F/A-18 슈퍼호넷 전투기, MH-60R 해상작전헬기, 적 레이더를 교란하는 전자전기 그라울러(EA-18G), 공중조기경보기 호크아이(E-2C) 등의 함재기 70여대를 탑재한다.
 
이는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확장 억제는 미국이 제3국의 핵공격 피격 위험이 높을 때 핵 억제력을 확장해 해당국에 핵무기 체계 등을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군사용어다.
 
그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함께 묶어 실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북한이 신형 ICBM인 ‘화성-17형’의 전력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군 당국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됐느냐’는 질문에 “한·미 공조 아래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기폭장치는 핵폭발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기폭장치 시험은 보통 야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성 등으로 탐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미 정보당국이 수일 전 북한 기폭장치 시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된다.
 
美, '죽음의 백조' B-1B 전폭기 4대 괌기지 배치
 

미국 B-1B(랜서) 전략폭격기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강 대 강' 대치가 본격화되자 미국은 북한 핵실험에 대비해 B-1B(랜서) 전략폭격기 4대를 지난 5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격 배치했다.
 
미 군사매체 '더 워존'에 따르면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앤더슨 기지의 활주로 옆 주기장에 자리한 B-1B 4대를 촬영했다.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B-1B는 기체 내부에 각종 폭탄과 미사일을 최대 34t 장착할 수 있다. 날개를 포함한 외부까지 합하면 최대 61t을 실을 수 있다. 최고 속도는 마하 1.2로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한다. B-52(마하 0.78)나 B-2(마하 0.9) 대비 작전 전개가 신속하다. 
 
B-1B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동해상 국제공역을 비행했다. 21세기 들어 미 전폭기가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북쪽으로 가장 많이 올라가 비행한 사례다. 
 
日, 오키나와에 F-22A·F-35B 등 美스텔스 전투기 22대 추가
 

미 공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일본은 지난 1일 미국과 공조해 오키나와 내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 F-16 전투기 10대, F-22A 랩터 스텔스 전투기 12대를 추가 배치했다. F-22는 최대 속력 마하 2.5 이상에 작전 반경은 2177㎞나 된다. 모의 공중전에서 F-22 한대가 100대가 넘는 가상적기를 격추해 '공중전의 지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데나기지는 동북아 지역 안보를 지탱하는 미군의 태평양 전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핵심 기지다. 3700m에 이르는 활주로 2개에서 전투기는 물론 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기종 작전을 대기 중이다.  

지난달 말부터 일본은 자국 내 미군 기지에 미 공군 전투기를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배치됐던 함재기 FA-18 슈퍼호넷, EZ-18G 등 총 8대가 가데나 기지로 이동했다. 이튿날에는 FA-18 슈퍼호넷 7대와 C2A 그레이하운스 수송기 2대도 추가됐다.

미 해군 소속 신형 강습상륙함 트리폴리(LHA-7)도 지난달 29일 수도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 기항했다. 트리폴리는 F-35B 20대를 싣고 요코스카 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俄 "제재일변도 도움안돼"...北 핵실험 제재 요원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개최된 열병식을 통해 '핵무력 선제적 사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후 북한은 풍계리와 영변 시설 재정비로 한·미·일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의 '미온적' 태도 탓에 추가 대북제재는 요원한 상황이다.

안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구성된 5개 상임이사국(P5)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유엔에서 강제력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기관은 안보리 한 곳 뿐이다. 그런데 이들 중 어느 한 나라만 반대해도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한‧미‧일 요청에 따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 같은 사실은 분명해졌다. 당시 북한 ICBM 시험 발사 등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이사국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을 규탄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강화가 북한 주민을 위협한다”며 오히려 북한 ICBM 도발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4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강화를 막아왔다"며 "침묵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