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수교 30주년]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 교본...문화 교류로 깊어지는 '30년 우정'

2022-06-07 11:00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 단장·이만수 전 감독·주베트남 한국문화원 '협업'
세종학당재단, '2022 베트남 세종학당 워크숍' 진행...현지 대학, 한국어 관심 커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교본 [사진=헐크파운데이션]


한국과 베트남은 삼십 년 지기다. 양국은 지난 1992년 12월 22일 수교를 맺었다. 
 
‘30년 우정’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와 4번째로 많이 교역하고 있는 국가다. 2019년 기준 양국 간 상호 방문도 약 492만명에 달하는 등 인적 교류가 활발한 신남방 지역 주요 협력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교본
 
“중학교 시절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운동신경이 조금 좋았던 저에게 친구와 탁구시합의 패배는 큰 쓰라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모님께 탁구교본을 사 달라고 졸랐죠. 도서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탁구교본은 마치 병법서를 손에 쥔 장수처럼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 단장은 탁구 교본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이 단장은 “지금 돌이켜보면 어색한 용어들과 사진들이 난무했던 그 교본이 새로운 스포츠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라며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교본을 집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라고 되돌아봤다.
 
이 단장은 이러한 뜻을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에게 전했다. 이 감독은 10권이 넘는 야구교본과 규정집을 손수 골라서 이 단장에게 보냈다.
 
야구교본을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약 1년 6개월이 걸렸다. 베트남어 야구교본에 모든 야구 용어를 영어로 사용할 것인지, 한국처럼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베트남어에 한국과 같이 한자를 병행하여 새로운 야구용어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부터 해야 했다.
 
하나의 예로 안타는 영어로 히트(Hit)이며 한자로는 安打(편안할 안·칠 타)이다. 베트남어로 an toàn(안전) + tát(치다)로 사용하면 같은 의미 전달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야구용어가 무수히 많다는 점이었다.
 
한글로 쓴 야구교본 초고를 완성되고, 몇 명의 번역가를 만났다. 교정 작업만 수백 번 넘게 이어졌다.
 
이 단장은 “최종적으로 야구를 잘 알고 차기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주장이 될 찌엔(Chien)이 베트남 야구협회(VBSF) 임원으로서 이 힘든 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주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은 한국야구가 베트남 야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기를 희망하며, 야구교본 제작을 후원했다.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교본 [사진=헐크파운데이션]

 
이 단장이 베트남 야구교본을 만들면서 기존의 야구교본과 차별화를 두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국의 옛 야구교본이 어색했던 이유가 일본식 용어를 번역해서 사용했던 것과 모델들이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본을 읽을 베트남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베트남 야구 선수를 사진 모델로 활용해 촬영했다.
 
두 번째는 교본이 가지는 딱딱함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이 쉽게 야구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야구 이야기’를 교본 중간마다 넣어 야구에 대해 친근함을 높였다. 꼭 교본에 넣고 싶었던 한국야구의 역사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관련 이야기를 통해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를 마련했다.
 
이 단장은 “고작 책 한 권으로 베트남 야구가 눈에 띄게 발전할 수는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며 “이제 야구는 스포츠 차원의 범주를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 단장은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물리·환경적 요인, 풍토적 요인 등 베트남 야구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하고, 시급하게 진행돼야 하는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라며 “이 교본이 그 첫걸음에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동남아에 야구 교본이 출간이 되었다는 것이 야구인으로서 얼마나 보람이 되는지 모르겠다. 감사할 뿐이다”라며 “이제 멀지 않아 라오스에도 올해 안으로 야구 책이 발간될 것이다. 정말 기대가 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 단장(왼쪽)과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사진=헐크파운데이션]

 
◆ 30년 함께한 한국 문화 사랑하는 베트남
 
한국어는 두 나라를 더욱 가깝게 잇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한국어를 베트남 제1외국어 중 하나로 채택해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하노이 최고 명문 중 하나인 하노이 인사대 한국어학과는 베트남 입시 합격선(커트라인) 1위라고 한다.
 
세종학당재단(이하 재단·이사장 이해영)은 지난 3월 29일과 30일 이틀간 베트남 호찌민시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에서 세종학당재단 출범 10주년과 한-베수교 30주년을 기념한 ‘2022 베트남 세종학당 워크숍’을 개최했다. 행사는 대면과 비대면 복합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종학당 관계자를 비롯하여 한글학교 교원 등 총 70여 명이 참석했다.
 
‘2022 베트남 세종학당 워크숍’의 대주제는 ‘베트남 내 한국어 수요 대응을 위한 한국어 전문 교원의 현지화 및 역량 강화 방안 모색’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코로나 이후 변화한 한국어 학습 수요와 교원 공급 현황을 공유했고, 또 코로나 상황으로 학습자 수요 대비 한국인 교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효율적인 한국어 교육의 방향과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 첫째 날인 29일에는 현지교원 양성과정 수료자(5명) 대상 수료증 전달식과 함께 ‘세종학당재단의 한국어 전문 교원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주제로 이규림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 소장의 발표가 있었다.
 
30일에는 베트남 지역 세종학당의 우수 성공 사례 발표와 ‘2022년 운영 계획 등을 공유했다. 이어서 협력망 구축을 위한 워크숍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현황 및 코트라 현지 인력 채용 지원 사업’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특별히 이번 행사에서는 올해 세종학당재단 출범 10주년을 기념하여 10인의 명사 이어가기(릴레이) 특강을 진행했다. 10인의 명사 중 첫 주자는 베트남 영화감독 응우옌 꽝 중 감독이었다. 한국영화 ‘써니’의 베트남판인 ‘고고시스터즈’를 연출한 꽝 중 감독은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문화란 무엇이고, 이러한 한국문화를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청중과 나눴다.
 
이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베트남 세종학당 워크숍은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과 재단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라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세종학당을 운영하는 각 대학의 부총장급 고위 관계자들이 1박 2일 일정에 직접 참석해서 질의응답에 활발히 참여하여 한국어 교육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을 방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특히 대면 참석자 50명 중 단 6명만이 한국인인 것이 인상적이었다”라며 “한국·베트남 수교 30년간 한 세대가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고 알린 결과 이제 베트남 현지 한국어 교육은 한국 교민이나 한국 파견 인력들이 아닌 현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이 자생적으로 이끌어 갈 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지난 4월 24일에는 제1회 ‘대한민국 대사배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중고등학교부터 일반인부까지 통합해서 전국규모로 최초로 개최됐다.
 
호찌민에 있는 홍방대 등 대학의 한국학과들도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 전통 문화를 대표하는 한복에 관한 관심도 높다. 넷플릭스에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본 콘텐츠 1~10위를 보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7~9개나 된다.

호찌민시 기술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교수진이 거점 세종학당에 기관 방문해 한복 체험을 한 사진 [사진=세종학당재단]

 
◆ 정부 간 문화교류도 활발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문화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수교 30주년인 2022년에 △예술전시, 공연 활동 등을 통한 교류․협력 증진, △상대국에서 개최되는 축제, 국제회의, 국제영화제 등에 참여, △영화 부문에서의 협업과 인적 교류 강화, △문화유산 보호 관련 정보와 경험 공유 등을 추진한다.
 
양국은 그동안 코로나 상황으로 위축됐던 인적, 물적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자는 의미에서 수교 30주년 대표행사로 상대국에서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우선 한국은 베트남에서 희망과 미래를 상징하는 등불을 주제로 ‘한-베트남 등불문화축제’를 개최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전통 등(燈) 전시, 양국 유명 문화예술인의 협연과 소년・소녀 합창단 공연, 한국 문화, 관광 등의 매력을 알리는 체험관 등을 운영한다. 베트남은 한국에서 ‘베트남 문화관광축제’를 열어 베트남 전통문화예술인들의 음악, 무용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고, 한국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무대 등을 함께 선보인다.
 
아울러 문체부는 이번 문화교류프로그램 외에도 2022년 완료를 목표로 하노이시립도서관 환경을 개선해 한국문화자료실 조성과 도서,기자재 등을 지원하고, 베트남민족학박물관 한국실과 연계한 실감콘텐츠관을 만든다. 이를 통해 베트남 젊은 세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한국 문화를 더욱 다양하게 경험하고 문화적 공감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수교 일인 12월 22일을 기념하기 위해 하반기에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어로 만든 최초의 야구교본 [사진=헐크파운데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