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쉴 새 없이 터지는 횡령사건…무너진 내부 통제

2022-05-26 10:55
연초 오스템 시작 끊이지 않는 횡령범죄
사기업·금융회사·관공서 등 영역 불문 발생
회삿돈 관리자 대상 통제 시스템 미작동
"경제범죄 낮은 처벌수위가 문제"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0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횡령 범죄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다.

사기업은 물론 금융회사와 관공서에 이르기까지 사고가 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내부 통제 및 감시 체계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50대 새마을금고 직원 A씨를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30년 넘게 한 지점에서 근무한 A씨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고객들이 금융 상품에 가입하면서 맡긴 예금 등 40억원가량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신규 고객이 낸 예치금으로 기존 고객의 만기 예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횡령 사건으로 관련 직원들이 잇따라 검거되는 것을 보며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껴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회삿돈을 대규모로 빼돌리는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피해액은 각각 2215억원, 246억원, 35억원에 달한다. 금융기관 중에선 새마을금고 이전에 우리은행에서 664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강동구청 등 관공서에서도 115억원이 넘는 횡령이 벌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공공영역을 망라하고 횡령 범죄가 줄줄이 터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조직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언급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계양전기, 금융권에서 적발된 횡령범들은 회삿돈을 관리하는 재무 담당자였는데, 이들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횡령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이 빼돌린 회삿돈으로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날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과 강동구청 공무원은 각각 횡령액 중 1000억원 이상과 77억원을 주식 투자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 직원 역시 횡령액 가운데 300억원 이상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한 누리꾼은 “수백억, 수천억 해 먹어도 처벌이 상대적으로 낮으니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 “경제 사범 처벌이 워낙 약하다”며 경제 범죄에 관대한 세태를 비판했다. 
 
당장 허술한 감시망을 재정비해 개인의 일탈이 천문학적 손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 자체적으로 감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등 상시 감독 기구의 관리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또 근로소득은 일정한데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부동산이나 코인으로 눈을 돌리는 ‘한탕주의’가 만연해진 사회 분위기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각에선 금융회사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할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식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을 한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경기 남양주시 을) 의원이 지난 2020년 7월 발의한 지배구조법안은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및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골자로 한다. 법안은 내부 통제 기준 및 위험 관리기준의 준수를 위해 준법감시인, 대표이사 등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담당 임원은 제재하고 금융회사에는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과징금은 해당 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로 책정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대규모 횡령 사례를 막기 위해 모든 은행에 내부 통제 시스템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