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대, 문제는 경제다] "Y노믹스 윤곽 아직…최우선 과제는 단연 물가"

2022-05-20 05:00
"추경이 물가 더 자극" vs "효익 감안해야"
"글로벌 공급망 해소 위해 경제외교 필요"

세계 밀 생산량 2위인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함에 따라 국내 식품 물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 전문가들은 앞다퉈 윤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를 꼽는다.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사안인 데다가 거시경제의 관리역량을 보여줄 윤 정부의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제 로드맵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일명 'Y노믹스'로 불리는 윤 정부의 경제정책은 아직 대략적인 윤곽만 잡혔을 뿐이어서 제대로 된 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
 
"수입선 다양화 필요…서민 위한 보조금 지원도"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3.6%)과 2월(3.7%) 3%대를 지나 3월(4.1%), 4월(4.8%)에는 4%대를 기록 중이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5월부터 향후 2~3개월 동안은 5%를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주로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만큼 정부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물가 급등은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이라며 "해법이 많진 않지만 공급망 차질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원자재나 중간재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이들을 위해 정책자금부터 유류세·전기료 관련 보조금, 공공요금의 점진적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뜩이나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2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결정하면서 대내적 요인까지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차 추경이 물가 상승률에 0.16%포인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적 요인이 물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면서도 "추경 같은 추가 상승 요인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위원은 "추경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맞지만 자영업자 연체 등을 고려하면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추경의 부작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있었던 만큼 비용과 효익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번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속도조절 필요"

주상영 금통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4월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물가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은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은 2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포함해 올해 총 3번의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기준금리는 연말 2.25%까지 올라가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금리인상 정도뿐"이라며 "이마저도 빠르게 인상하긴 어려워서 정책이 들어갈 여력은 많지 않다"고 봤다.

성 교수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필요하다"며 "이후에도 물가상승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곧 또 다른 분야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과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 위원은 "1860조원의 가계부채와 이에 버금가는 기업부채가 있는데 상당수는 변동금리로 설정돼 있다"며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돼 가뜩이나 둔화하고 있는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요구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한국 경제에 경기둔화가 그대로 파급될 수 있어 인상폭을 보다 낮추는 등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합리적인 규제 개편 중요…투자·ICT 관련 규제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Y노믹스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 교수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아직은 불분명하다"며 "민간에게 어떤 자율권을 줄지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없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노믹스는 '규제를 풀어 민간 주도 성장을 이끄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지만, '어떤' 규제를 풀 것인지 대상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모든 정부가 출범 당시에는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난 적은 별로 없었다"면서 "규제 중에서도 투자규제 완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분류되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위원은 "해외 글로벌 100대 벤처 기업들이 우리나라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도 있다"며 "신성장 산업에 대한 규제를 빨리 완화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