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 줄줄이 경제 성장률 하향 전망....인플레이션·중국 코로나 확산 영향

2022-05-18 16:44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의문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관광이 재개되며 이들은 관광업 주도로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비췄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며 물가가 급등하고, 코로나로 말미암아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봉쇄 조치까지 이어지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줄줄이 경제 성장률을 하향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 역시 동남아시아 신흥국들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진단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와 식품 등의 물가가 급등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시름은 커졌다. 러시아를 규탄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원유 등의 수입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배제되며 유가는 급등했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했던 만큼 밀을 비롯한 식품 가격 역시 급등했다.

이어 동남아시아는 그간 무역 관계에서 크게 의존해 온 중국의 봉쇄 조치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4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1%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던 지난 3월에 비해 침체가 크게 심화했다. 우한 사태의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중국 금융·비즈니스·무역 중심지로 이른바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시에서는 코로나가 확산한 가운데 지난 3월 28일부터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코로나가 점차 퍼지며 현재는 수도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서 수십 개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를 겪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잡기에 나서며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것 역시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개발 도상국들에 비해 안정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 경제국들의 자본 유출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며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해 신흥국들의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면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17일(이하 현지시간) 태국 경제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성장했다고 밝혔다. 수출이 확대된 가운데 코로나 관련 입국 제한이 풀리며 관광이 재개된 겻이 경제 성장률을 지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수출이 확대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태국 바트화 가치가 5년래 저점으로 떨어진 가운데 수출은 지난 3월 지난해 대비 19.5%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코로나 백신을 맞은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며 관광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원유 등 원자재와 식량 가격이 치솟으면서 NESDC는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춰 잡았다. 닛케이아시아는 NESDC가 기존 3.5%-4.5%에서 2.5%-3.5%로 GDP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언급했다.

에너지 순 수입국인 필리핀에서도 경제 전망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관련 방역 조치 해제와 민간 소비 증가에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8.3% 증가를 기록했지만, 전망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몬 로페즈 필리핀 산업 통상부 장관은 지역 신문에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이 7-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간 GDP 성장률은 6%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생산국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오히려 혜택을 입었던 인도네시아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석탄과 야자유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GDP는 1분기 들어 5% 성장했다.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물가를 낮추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야자유 수출을 금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이 오히려 수출을 부진하게 하며 GDP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