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신호 위반으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아냐"
2022-05-15 14:17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 오토바이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정지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를 건너다 자동차와 충돌했다. 상대 자동차는 녹색 신호를 받고 운행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지만 5일 후 뇌출혈로 숨졌다.
A씨 가족들은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가족들은 A씨가 신호를 위반했지만 중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상대 자동차 운전자도 전방 주시 의무와 속도 제한을 위반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들며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는 주로 망인(A씨) 신호위반 등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산재보험법에 따라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또 “망인이 진행하던 차로의 옆 차로에 신호 대기 중이던 차들은 망인이 교차로에 진입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망인은 적색 신호에 따라 대기 중인 차들이 여럿 있는 것을 알고도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 고의·자해나 범죄 또는 그로 인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상적 인식능력 등이 뚜렷이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부상·질병·장해·사망이 발생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