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경험없는 부서장·업무과부하…수사경찰 괴롭히는 것들
2022-05-10 14:53
"경찰, 국민 바라보는 수사기관 돼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담긴 '검수완박' 법안 시행 4개월여를 앞두고 일선 경찰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무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수사관들을 괴롭히는 고질적 문제인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의 업무와 책임만 커지는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경찰력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업무 과부하 △수사 경험 없는 부서장의 수사부서 배치 △주요 수사 중 외압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3일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이후 내부 전산망에 “작년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인력·예산 등 수사 인프라 확충과 함께 현장 경찰관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선 경찰들은 '수사관 인력 확충'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경험이 많은 수사관들도 후배나 새로 전입한 수사관을 교육시킬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소한 현장 인원은 채워져야 하는데 부족한 인원들이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차출돼 현장 인력 부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이 부족할 때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에서 차출하는 사례가 반복돼 일선 현장에서는 업무 과부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6대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찰에서 보완했던 사안도 경찰로 넘어오면서 수사가 지연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된 바 있다.
일선에서는 수사 경험이 없는 행정경찰이 부서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문서 한두 건을 보고 수사지휘를 하면 상황과 맞지 않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외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현재 일선 수사관들 상황도 논의 대상이다. 검사는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찰은 그렇지 않다는 것. 지난해 발생했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혐의 관련 수사 경찰이 해임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들 승진 등을 위해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일선 수사관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검찰보다 외압에 취약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경찰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향후 정권을 쳐다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는 수사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