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에 증권가도 긴장… 내부단속 잇따라
2022-05-08 14:47
메리츠증권, 최근 감사실서 내부 검토
KB증권·하나금투·교보증권 등도 계획
금감원, 책임론 경계 정기검사 강화키로
KB증권·하나금투·교보증권 등도 계획
금감원, 책임론 경계 정기검사 강화키로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체적인 감사 시스템을 갖춘 대형 금융지주에서 사건이 발생한 만큼 증권사 역시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노파심에 내부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미 몇몇 증권사는 통상적인 감사 시즌이 아님에도 감사실을 동원한 내부 검토에 나섰거나 계획 중에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감사실 주도의 내부 검토를 실시했다. 감사실은 증권계좌 예치금 관리 상황과 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이 자체적인 점검에 나선 까닭은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00억원대 횡령 사건 때문이다. 증권사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증권계좌를 통한 고객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 자금을 관리하는 기능이 있다. 우리은행처럼 외부 자금을 횡령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2019년에는 A증권사 직원은 특수목적법인(SPC) 자금 약 13억2000만원을 횡령한 바 있다. 또 2018년에는 B증권사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에 있는 투자금 약 3억600만원을 횡령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실제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은 이른 시일 내에 자체적인 감사 또는 검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은 특정 자금 관리를 직원 한 명이 전담하다 보니 발생한 사건"이라며 "기존 내부통제시스템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이런 사례가 있는지 점검해 자금 관리를 다수 직원이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최근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대형 금융사고로 규정한 점도 정기검사를 강화하는 근거로 꼽힌다. 금감원으로서는 만에 하나라도 정기검사에서 포착하지 못한 금융사고가 또 한번 되풀이된다면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가운데 개편된 정기검사를 처음 받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오는 23일부터 5일간 사전검사를 거쳐 본검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