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완화·미래소득 반영' 추진한다지만…효과는 '글쎄'
2022-05-08 13:17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실수요자보다 고소득 전문직들에게 정책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청년층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LTV 상한을 지역과 상관없이 최대 8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새 정부 방침대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로 제한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LTV 상한선을 80%로 늘리면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아파트를 구매할 때 대출 상한선이 최대 7억2000만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인수위는 나머지 가구의 LTV 규제 합리화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채 향후 정책 과제로 남겨뒀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가계의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데 정밀한 정책 고려와 설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부동산시장에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중저 소득자들은 LTV 완화(LTV 80%·DSR 40% 적용)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연 소득 5000만원인 A씨가 규제 지역에서 금리 4.17%(30년 만기에 원리금 균등 상환)로 시세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현행 규제(LTV 40%, DSR 40%)에서는 최대 3억42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방침(LTV 80%, DSR 40%)대로 적용해도 대출 한도는 3억4200만원으로 기존 대출 가능 금액 그대로다.
다만 같은 조건에서 연봉이 6145만원으로 오르면 대출 한도가 3억6000만원(LTV 40%·DSR 40%)에서 4억2000만원(LTV 80%·DSR 40%)으로 8000만원 늘어난다. 특히 연 소득 1억원인 고소득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3억6000만원에서 6억8400만원으로 3억2400만원이나 오른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아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래 소득 추정 방안 또한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이미 은행들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예상소득증가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인수위가 이 기준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적용하는 방식 또한 소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 종사자나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혜택을 보는 구조"라면서 "미래 소득을 감안해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존 방식에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소득 증가율을 높이는 등 여러 가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