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8개동 전면철거해라"...정몽규 '통 큰 결단'에 수분양자도 '환영'

2022-05-04 14:40
HDC현대산업개발, 피해액 4000억원 추산

[사진설명=정몽규 HDC 회장을 비롯한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가운데 정몽규 HDC 회장, 왼쪽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오른쪽 HDC현대산업개발 하원기 대표이사)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114일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당초에는 사고가 발생한 201동만 전면 철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전면 '철거후 재시공'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수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정 회장은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을 포함해 앞으로도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HDC현산은 모든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마친 뒤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이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전면 철거 방향으로 수습책이 바뀌었다.
 
정 회장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법은 전면 철거후 새로짓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설계변경시 합의가 무한정 지연될 가능성도 있고, 또 회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어렵게 이번 결정을 했고, 이 결정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전면 철거후 재시공까지는 약 70개월, 관련 비용은 약 4000억원도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분양자들의 입주지연보상비, 주거지원비 등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HDC현산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실적에 이미 1750억원을 계상했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2000억원을 합치면 손실비용 규모는 3750억원 가량이다.

이날 HDC현산의 결단에 대해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통큰 결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대체로 재시공 결정에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힘든 결정을 해줘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발표문 전문이다.

다시 한번 광주 사고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분들의 보상 외에는 국민 여러분께 체감할만한 사고수습의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월 실종자 구조작업이 끝난 이후 입주 예정 고객과 주변 상가 상인 여러분과 피해 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지만,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이 커져 왔고 회사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 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하시는 고객까지 계신다는 이야기에 저 또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입주예정자의 요구이신 화정동의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습니다. 저희 현대산업개발은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객에게 신뢰를 주어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아이파크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사랑하시는 모든 고객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저희 아이파크 고객들께서 평생 안심하고 사실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고객의 안전과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광주 사고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