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개혁 때 분배되지 않은 땅…대법 "원래 주인에 돌려줘야"
2022-05-04 09:56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재단이 대한민국 정부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유권 말소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재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수립된 이승만 정부는 '유상매수·유상분배' 원칙을 세우고 한 가구 당 소유상한을 넘는 농지를 사들여 소작농에게 분배하는 이른바 '농지개혁'을 실시했다. 대신 소작농은 현물로 상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50년대 농지개혁법 시행으로 A 재단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뒤 농민들에게 분배했다.
A 재단은 2만4천200평에 해당하는 약 8만㎡ 넓이의 밭이나 임야, 도로 등의 사정명의인(일제시대 토지조사부에 기재된 토지주인)이었는데, 농지개혁법에 따라 4200여㎡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는 정부에 매수된 뒤 농민들에게 분배됐다.
그런데 농민들이 분배에 따른 대가를 내지 못하거나 아예 분배받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가져왔고, 일부는 제주도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A 재단 측은 2019년 토지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으므로 대한민국과 제주도 명의의 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말소등기 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옛 농지개혁법에 근거해 정부가 농지를 매수했지만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최초로 땅을 갖고 있던 이에게 소유권이 환원된다.
다만, 재판 쟁점은 A 재단과 제주도 사이의 문제였다. 제주도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 상대방에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지만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는 민법 548조를 들어 땅을 넘겨줄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원심은 제주도에 대해서도 A 재단의 소유권이 회복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정부의 소유권 이전등기 자체가 원인 무효이므로 그 이후에 소유권을 이전한 제주도의 농지 역시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민법이 보호하는 제3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인무효 등기에 터 잡아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제주도는 '계약 해제로 인한 제3자 보호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있는 제3자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을 내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