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한 요기요, '애매한 2위' 입지 바뀔까
2022-05-03 16:07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가 5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서성원 전 SK플래닛 대표는 요기요 인수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GS리테일과 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배달 시장에서 요기요의 입지를 다지는 것 역시 서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서 신임 대표, 오는 16일 취임··· GS리테일과 협업 가속화
3일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에 따르면 서 신임 대표는 오는 16일부터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를 거쳐 SK텔레콤에서 통신‧신규‧글로벌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을 이끌었으며 SK텔링크와 SK플래닛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서 신임 대표는 GS리테일과 함께 요기요 인수에 SI로 참여한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추천으로 대표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요기요와 GS리테일의 본격적인 협업에 앞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요기요는 지난해 8월 GS리테일 컨소시엄에 인수됐으며 올해 양사 간 본격적인 협업을 앞두고 있다. GS리테일이 오는 7월 선보일 퀵커머스 서비스 ‘우리동네GS’가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GS리테일은 기존에 운영하던 퀵커머스 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에 요기요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우리동네GS 사업의 구상을 짰다.
서 대표는 요기요 플랫폼을 통해 우리동네GS 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뿐 아니라 메쉬코리아, 바로고 등 배달대행 업체까지 격돌하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배민·쿠팡이츠와는 다른 길··· 요기패스 흥행 이어갈까
‘요기패스’의 흥행 지속 여부도 서 대표 앞에 놓인 과제다. 요기요가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요기패스는 배달앱 최초의 구독 서비스로, 매월 일정 요금을 내면 월 최대 3만원까지 배달음식 할인을 제공한다. 배달 외에 쇼핑, 여행,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제휴 할인 혜택도 이용 가능하다.
초반 흥행엔 성공했다. 요기패스 출시 직후 요기요의 신규 회원 수와 전체 주문 수는 각각 50%, 20% 증가했다. 요기패스 가입자 수는 두 달 만에 5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기준 누적 가입자 90만명을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요기패스 할인 프로모션이 종료되면서 흥행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요기패스는 출시 직후부터 지난 3월까지 월 4900원의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4월부터 프로모션이 종료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9900원을 내야 한다. 이를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체감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해지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 신임 대표는 고객 ‘락인(묶어두기‧Lock-in)’을 통해 요기패스의 흥행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요기패스는 전임 강신봉 대표의 사업 성과이긴 하지만, 요기요가 다른 배달앱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요기패스 출시 이전까지 요기요는 견고한 1위 배달의민족과 치고 올라오는 3위 쿠팡이츠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요기패스 출시 이후 요기요는 3위 쿠팡이츠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지난해 11월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553만명, 453만명으로 100만명 차이를 보였다. 반면 지난 3월엔 각각 610만명, 394만명으로 격차를 벌렸다.
요기요는 앞으로도 요기패스 제휴 혜택을 늘려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프로모션은 종료했지만 제휴 혜택을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기 때문에 가입자 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신임 대표는 요기패스가 아닌 새로운 전략으로 배달시장의 판을 짤 가능성도 있다. 그는 전날 임직원 메일을 통해 “요기요가 속한 플랫폼 산업은 매일 끊임없이 진화하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변화와 경쟁에 놓여있다”며 “요기요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앞으로 함께 이뤄낼 성과를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