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 2025년까지 '바늘구멍' 경쟁…내년 5% 수량만

2022-04-29 22:52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년 유예하자 관련 업계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레몬마켓(저품질 상품이 활개를 치는 시장)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중고차 시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내년에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판매 물량이 5%로 묶이면서 시장 변화를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기부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를 내년 5월로 1년 유예하는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중고차판매업은 올해 3월 생계형적합업종에서 제외됐지만, 정부당국은 중고차 업계 종사자의 피해를 이유로 해당 권고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내년 5월부터 중고차를 팔 수 있다. 다만 내년 1~4월에는 시범사업을 허용, 현대차‧기아는 각각 5000대 수량의 인증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다.

또한 2025년까지 판매대수 및 매입조건을 제한했다. 판매대수는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5%, 2024년 5월 1일부터 1년 동안은 7%만 판매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는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2.9%,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다. 기아는 같은 기간 2.1%와 2.9%로 현대차보다 판매대수가 낮다.

판매대수는 직전 연도의 총 거래대수와 사업자거래 대수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총 거래대수 253만2770대, 사업자거래 대수 117만5855대의 평균값인 185만4313대로 산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현대차는 내년 5만3775대, 기아는 3만8940대의 인증중고차만 판매할 수 있다.

매입에도 조건을 걸었다. 현대차‧기아 고객이 신차를 살 때 자사 브랜드의 중고차를 팔겠다고 요청하는 경우에만 인증중고차를 매입할 수 있다.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물량은 경매에 넘겨야 하며, 경매 참여자는 중소기업이나 현대차그룹,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협의해 규정한 사업자에게만 전체 물량 50% 이상을 의뢰해야 한다.

이번 권고안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에 근거하고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중기부 장관은 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행 명령에도 불응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해당 권고안이 결정되자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년 유예기간 설정과 시험사업 기간 내 매집과 판매 상한 제한 등은 시장 선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을 외면한 결과”라며 “가장 나쁜 규제는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 규제”라고 비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 허위매물이 만연하면서 품질을 보증한 현대차‧기아의 인증중고차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쇄도할 것”이라며 “극도로 제한된 물량에 인증중고차를 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이는 중고차 가격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심의회의 권고안에 반기를 들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년간 이어진 갈등의 최종 중재안이기에 사실상 판을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중고차 업체는 9년 동안의 긴 시간 동안 법적인 보호를 받았지만,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전혀 해소되지 않아 자정 능력의 미흡함을 보여줬다”라며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출을 막을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번 권고안은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더 부여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