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손놓은 BOJ…"경제 지나치게 왜곡시킬 수도" 경고음 ↑ - 아주경제 AMP

엔저에 손놓은 BOJ…"경제 지나치게 왜곡시킬 수도" 경고음 ↑

2022-04-28 17:58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저금리로 경기부양 먼저"
"빚 많은 정부에 대한 배려…향후 수정 더 힘들 것
일본은행(BOJ)이 결국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28일 이틀에 걸친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일본은행은 대규모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물론 10년물 장기국채 수익률을 0.25%로 묶어두는 공개시장조작도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환시장에서 당장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을 넘어섰다. 문제는 엔화 가치 추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0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일은 "코로나19 타격받은 경기부양이 먼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시장조작 유지 목적에 대해 "장기금리 상한선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서 회복하는 단계라며 "끈기 있게 금융 완화를 지속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는 "엔저가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과도한 (환율) 변동은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충분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넘는 미국과 0.8%에 불과한 일본의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2%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일본은행 내에서는 여전히 최근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경제·물가 정세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종래 1.1%에서 1.9%로 끌어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중 변동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종합지수는 3월에 전년 같은 달 대비 0.8% 상승했다. 


다만, 4월부터는 휴대전화 통신료 인하 영향이 줄어들면서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2%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2023년 물가상승률은 다시 1.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사그라질 물가 상승세를 위해 경기 부양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은행의 입장이다. 
"일본은행 정책 수정해야"···'나쁜 엔저' 경고 목소리는 더욱 커져 
일본은행의 굳센 '신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엔저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세계적 물가상승에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무역적자 확대하고, 이것이 다시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크게 오르자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임금 인상은 정체된 채 물가만 오르는 상황에서 엔저는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엔저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 수가 크게 줄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은 10년 전 약 17%에서 최근 25%까지 상승했다. 이들 기업에게 엔저는 되레 부담이 된다. 

다카하시 데쓰후미 닛케이 경제부장은 "지금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은 생산 비용을 소비로 전가시키거나, 임금 인상을 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나쁜 엔저"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일본은행의 완화정책 유지는 정부 재정확장 정책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돌아서면 그러잖아도 빚 많은 일본 정부의 금리 부담이 급등하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긴축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재정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 빚이 계속 부풀게 되면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수정은 더 어려워진다고 다카하시 부장은 경고했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도 일본은행의 지나친 엔저 고집을 비판했다. 유키오 교수는 "미국과 일본 간 현저한 금리 차로 인해 엔으로 자금 조달해 달러로 운용하는 엔·캐리 거래가 발생한다"면서 "일본은행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억제한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리스크 없이 큰 이익을 얻는 투기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판에서 강조했다. 이어 "엔·캐리 거래는 엔을 팔고 달러를 사기 때문에 엔 매도를 촉진해 엔화 가격을 끌어내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구치 교수는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금리를 그대로 두면 실질 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너무 확대되어 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면서 "일본에서도 엔저 진행을 조금이라도 억제함으로써 수입물가 상승을 막고 그에 따라 기업의 원가 상승을 저지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일본은행은 물가가 올라가면 일시적으로라도 대응해야 한다, 물가가 내려가면 다시 정책을 수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나친 저금리는 방만한 재정을 더욱 부추길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엔저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연내 정책 수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재검토하거나, 장단기 금리 조작으로 용인하는 장기 금리의 상한을 현재의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하는 안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